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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1년 5월 4일 수요일 잡담

by 양손잡이™ 2011. 5. 5.
  수업을 듣다가 연필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 잠시 상체를 숙여 연필을 집는다. 다시 몸을 펴니 머리가 핑- 돈다. 눈에 작은 빛덩이가 핑글 돈다. 잠시 아스라하게 옛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내가 한참 우주와 별을 동경하던 때였다. 고1 때였나,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원리라는 걸 접하게 되었다. 그 원리에 대해서 파고든 건 아니지만 엠씨스퀘어가 나타내는 오묘한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그래,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 아주 간단한 식이다. 마치 운동에너지 법칙의 식과 흡사하지 않은가. 이런 간단한 식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빌려왔다.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과학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간의 역사」를 끝까지 ‘정독’한 기억이 없다. 단순히 읽는 행위인 통독을 했을 뿐이지 그 내용을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그냥 이렇구나 저렇구나,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지식만 주워왔었다. 이 「시간의 역사」에서 상대성 원리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역시 범인은 천재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뭣도 모르고 다른 과학서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제 돈 들여 처음 산 「우주의 점」 - 엄마는 이 책을 흘끗 보시고 판타지 소설을 사왔냐고 혼내셨다. 우주의 ‘검’으로 보셨대나 뭐래나 - 이라든가 정말 유명한 과학서인 「엘러건트 유니버스」 등을 구입했다. 처음 보고 충격을 받은 과학 잡지 「뉴튼」도 여러 권 사곤 했다.
  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보다. 게다가 뚜렷이 이 분야에 하고픈 것도 없었으니 뭐 될 게 있나. 과학 교양서는 말 그대로 교양서일 뿐이라는 걸 이 시기에 처음 알았다. 이유가 뭐냐고? 고2에 들어서면서 물리2를 공부하면서부터 역시 취미와 직업은 다르다는 걸 처절히 느꼈다. 철저히 일반인을 독자로 삼은 과학 교양서와 철저하게 학문을 하는 사람을 위한 과학은 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나는 물리학은 「엘러건트 유니버스」처럼 우아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금 하는 전공 공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수많은 계산식이 들어가는 학문이었다. 아니, 나는 실재하는 것을 다루지만 물리학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추상적인 것들을 다루니 더욱 어렵지 아니한가. 게다가 돈은 더 안 된단다. (웃음)
  역시 사람은 꿈만으론 살 수 없나보다. 뭐든 노력이 따라야지, 안 그러면 나처럼 그냥저냥 누가 하자는 대로 살아갈 테니 말이다. 흠흠, 아니다, 태도를 고쳐보자고.



 
- 독서 기록

  유년기의 끝, 아서 C. 클라크.

  이제 오버로드는 지구로 내려왔다. 지구의 삶은 풍족해지고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꿈을 잃었다. 그리고 여전히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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