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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어떤 고지서를 어떻게 처리하고... 세탁기를 사용하거나 청소를 하고... 가스검침원에게 어떤 숫자를 불러줘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외로웠다. 주말이면 아들네나 딸네를 찾았지만,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생활이 있다는 걸 머잖아 알 수 있었다. 교회라도 좀 다니세요, 딸아이는 말했다. 교회를 싫어한 건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그래도... 그랬다, 어떤 무언가가 내 삶에 남았을 거라 믿어 왔다.여유가 있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노후... 퇴직을 하고 한동안 그런 삶을 산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데셍을 배우기도 했고, 기원을 오가고, 아주 잠깐 철학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곧,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할 일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자괴감,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허무함, 길고, 시들고, 말라가는 시간의 악취...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가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진심에 나는 좌절했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그 삶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니. 언젠가 퇴직을 하면, 하는 상상으로 삼십삼년의 직장생활을 견뎌내지 않았던가. 내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삶이란... 무엇일까.

_박민규, 「낮잠」, 『더블 side B』(11, 1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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