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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치고 박고 부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나 보려고 했는데 그냥 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순전히 여자주인공 쥬이 디샤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찬양하라 쥬이 디샤넬. 남자 주인공이 좀 지질해 보였는데 그건 머리로 이마를 가려서였고 올빽 머리를 하니 멋있더군요. 그때서야(사실 그게 영화의 마지막이었음) 아, 이 아저씨 <인셉션>에 나온 조연이구나, 란 걸 알게 되었죠. <인셉션>에서는 호리호리하니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왜 이리 지질하지.

  하여튼,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언젠가 자신에게 운명의 상대가 찾아올 거라 믿는 톰과 부모님의 이른 이혼으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썸머의 만남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맨 처음에 흐르는 나레이션처럼,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의 시간은 뒤죽박죽입니다. 처음부터 이별의 징조를 띄고 다시 그들이 만난 첫 날로 돌아갑니다. 그랬다가 다시 저 뒤, 요 앞, 바로 뒤, 다시 요만큼만 앞. 이런 식으로 영화를 구성했지요. 똑같은 상황, 똑같은 농담을 두고 서로의 반응을 절묘하게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감정변화를 그려냅니다.

  단순한 로맨스 영화고(말 그대로 단순하지는 않지만요) 철학적 물음 따위는 전혀 없는 영화기에 생각거리는 많이 없습니다. 여기서 하나만, 썸머는 운명적 사랑을 어떻게 만났나요. 우연히 식당에서, 우연히 책을 읽고 있는데, 우연히 한 남자가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그런데 영화 초반에 이와 같은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톰과 썸머가 엘레베이터 안에서 처음 만나 음악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톰과 그 남자가 달랐던 결정적 이유는 결국, 썸머의 말대로 톰에게 있지 않았나 싶어요. 톰의 회상에서 둘 사이는 주로 썸머의 행동에 의해 진전되거든요. 운명, 운명을 외치고 있지만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생각이 더욱 강했던 것 아닐까요.

  톰은 그의 입장에서 절망적인 이별을 한 후 폐인이 됩니다. 회의석상에서도 난리부르스를 치죠. 거기서 가장 중요한 걸 캐치한 듯합니다. 카드가 무슨 필요야? 카드 뒤에 숨어 사랑을 외치면 뭐해? 사람 사이의 감정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진심을 담은 눈을 마주치며 해야 한다는 거죠. 끙끙 뒤에서 앓으며 혼자 암호만 보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그리고 톰은 결국 해냅니다.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은 새로운 행복과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거겠지요. 하지만 톰에게, 이번엔 링고스타를 극복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운명?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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