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 이지성.정회일 지음/다산라이프 |
013.
이지성 작가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을 읽은 후 감상을 적지 못했는데요, 제가 가진 글쓰기 능력으로 감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전율이 일었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책들은 결국 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책에서 언급한 인문고전 - 여태까지 한 권도 읽지 않은 - 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이건 전율의 반인 자괴감이었고 다른 반은 두근거림이었지요. 나도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다 보면 더 똑똑해지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이제부터 문학의 비중을 줄이고 인문서 위주로 책을 읽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네요. 책 뒤에 나온 추천 인문서 목록을 복사한 A4 종이가 아까워요. 하지도 못할 거 마음은 왜 먹었는지.
인문서를 통해서 나를 바꾸자는 게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말한 주제였다면 이번 책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인문서보다는 자기계발 책과 자기 분야의 전문서적을 읽자는 거지요. 이야기는 소설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전 살기 위해 독서를 한 정회일 씨(공동저자이십니다)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홍대리를 주인공입니다. 알고 보니 홍대리 시리즈가 있더군요.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 브랜드라네요. 어쨌든 직장에서 능력이 달려 다른 부서로 밀리고 잘못하면 잘리기 직전인 홍대리가 독서 멘토 해일을 만나 책 읽기를 시작합니다.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서 가벼운 책부터 읽은 후 100일에 33권 읽기, 나아가 1년에 365권 읽기로 점차 성장해갑니다.
아무래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책 읽기가 이 책의 주제인 것 같네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재밌고 책 크기도 작아 금세 읽을 만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저도 2시간만에 다 읽었어요. 그런데 뭔가 와닿지 않습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만큼 소름이 끼치지도, 순간 저를 멍하게 만들지도 못했어요. 그저 그렇구나,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을 계발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요.
왜냐, 이 책은 철저히 '생존독서'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홍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분야에서 1위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성공한 이들의 자서전을 읽고 자기 분야에 관련한 책을 읽습니다. 책 가장 뒤에 '단계별 따라 읽는 홍 대리 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STEP 3_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도서 종류로 [자기계발, 시간관리], [업무], [공부법, 독서법], [인생, 꿈 찾기], [성공, 부자, 재테크]가 있습니다. 모두 실용도서입니다. 그런데 어라? 문학은 어딨나요? 소설과 시, 에세이는? 이것들은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바로 여기서 온 거지요. 책에서 자신의 삶을 바꿀 만한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책 읽기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때도 많다 이거죠. 멍청하게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입니다. 책 읽기의 목적이 오로지 자신이 성공하는데 있다고 말하는 건 조금, 아니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성장 뒤에 성공이 따르는 건 납득할 만한 순서이긴 하지만 반드시 이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책 읽기는 평범한 삶에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도 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런 즐기는 책 읽기와 성공을 위한 책 읽기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도 100% 맞다고 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느 쪽도 100% 틀리다고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글쓴이 이지성 씨가 말한 것처럼 세상에는 책에 파묻혀 살면서도 자기 앞 길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해 가정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다듬는다고 인문서를 읽으면서도 사회 정의나 봉사, 기부의 삶에 철저하게 무관심인 사람도 있습니다. (11쪽) 문학이든 자기계발서이든, 어떤 책을 읽어도 자신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다른 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책이든 가치가 없는 책은 없습니다. 시간 때우기용 소설이나 만화도 그 도가 지나치지만 않다면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좋겠지요. 하지만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거, 명심하세요오.
(2012년 2월 2일, 270쪽)
(2012년 2월 2일,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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