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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재(財)테크보다 지(知)테크를 - 월급전쟁 (원재훈)

by 양손잡이™ 2013. 4. 10.
월급전쟁 - 6점
원재훈 지음/리더스북



034.


  한때 10억 벌기가 유행한 적 있다. 10억이라니,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일까. 연봉이 5,000이라고 가정하고 죽어라 모으면 한 3,500 정도 모을 수 있으려나. 그짓을 30년 넘게 해야 한다. 월급이 오르겠지만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화폐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 10억이 30년 후에도 변하지 않고 10억 그대로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적어도 30% 정도는 까일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왜 우리 월급쟁이 삶은 이리도 박복한지, 아무리 절약하고 절약한대도 돈이 얼마 모이지 않는다. 온갖 컨설팅을 다 받고 자신의 재무표도 만들어보지만 목표로 하는 돈을 모으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단순히 먼 미래를 볼 게 아니라 당장 월급통장의 입출금 내역만 봐도 한숨만 나온다. 요새 월급은 통장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떠나버리는 존재이다. 이미 세금이 빠진 상태로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며칠 뒤 카드사와 보험사가 휙 채간다. 그러면 오 마이 갓, 이 돈으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미래를 위해 저축까지 하라고? 개소리다.


  취직하기 전, 나름대로 미래의 제정상태를 예측하여 저축계획을 세웠다. 한참 제태크책을 뒤져봤다. 적금은 1년 단위로 많은 금액, 적은 금액으로 분산해서, 보험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절대 속지 않도록, 펀드는 어디서 정보를 얻어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둥 많은 말을 들었다. 사회생활을 한 지 정확히 1년만에 그때 읽은 책들은 다 헛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태크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였다.


  나라에서 걷어가는 세금은 이미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분야이다. 경제정책이 중산층 위주가 아닌 고위층 위주로 짜여졌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손해본다. 이쪽은 건들기 힘드니 그저 비판적인 눈을 번뜩이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진실과 거짓을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윗대가리들을 감시해야 한다. 정치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 마트에 가서 사는 물품 하나하나가 정치에 관여돼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항상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과 판연히 다르다. 그들이 말하는 물가지수는 그 항목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금가격기 상승하자 '11년에는 금항목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빼버렸다. 항상 의심하며 한번 더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한 점이다. 발표되는 물가지수보다 자신만의 물가지수를 만들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공적인 부분은 됐고, 사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월급쟁이가 된 지 세 달쯤 됐을 때 친한 몇이서 단체로 상담을 받았다. 제태크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한 상태여서인지 컨설턴트는 내 절약하려는 습관(이라기보단 계획이었다. 실제로 절약은 불가능했다)을 한껏 칭찬하고는, 아직 보험에 들지 않았다는 걸 듣고서 변액보험을 추천했다.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매달 50만원씩 불입 후 3년만 지나면 불입 금액이 2배로 늘어난다. 의심이 들었지만 워낙 말이 청산유수여서 홀딱 넘어갔다. 혹해서 그 능구렁이 같은 말에 속아넘어갈 뻔했다. 추천해준 보험 상품은 30년 만기로 평생 상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보장한다. 상해보험을 그렇손 치더라도 생명보험은 아직 20대 중반 남자에겐 전혀 필요하지 않다. 젊을 때 들어야 싸기 때문에 이득이다라는 보험사의 말은 죄다 거짓말이다. 사망 시 2억을 준다고라? 60세에 사망한다고 하면, 30년 후의 2억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물론 그때도 큰 돈이겠지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2억'의 가치만큼은 아닐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잠재적 가치를 죽여버리는 일이 된다.


  우리 월급쟁이를 속이는 꼼수가 많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자기만 자책할 때가 많다. 그리고 죽어라 일하고 월급 받고 소비하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망하고 돈 없다고 한숨만 내쉬고, 이것이 반복된다. 요는, 우리가 크게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우습게도 돈을 불리는 제태크가 아닌 지(知)테크를 말한다. 우리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번 돈이 쓸데없는 곳으로 나가는 건 아닌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하려면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이게 정말 필요한 투자인가, 지금이 적기인가를 따져서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돈을 쌓으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경제 시류를 알아챌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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