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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노동, 대중의 안정제 (발타자르 토마스, <우울할 땐 니체>)

by 양손잡이™ 2013. 6. 21.



우울할 땐 니체

저자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3-05-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독일계 프랑스인 철학 연구자 발타자르 토마스는 니체의 허무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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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중의 안정제


  우리 안의 창의적 혼돈을 죽이는 가장 효과적인 독약 중 하나가 노동이다. 오늘날 우리는 노동을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길, 자신의 재능을 개발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되는' 방법으로 여기길 좋아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방과 성장을 가져오는 노동이라는 이념이 실제로 노동계의 사회적, 경제적 현실과 부합하는가? 고용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이 오히려 정반대의 것들, 즉 시장의 요구, 경영상의 필요, '기업의 철학'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고유한 모든 것을 벗어던질 수 있어야 함을 함축하지 않는가? 이처럼 니체는 '노동 가치'를 찬양하는 가운데 개인적이고, 그럼으로써 반항적이며, 최후의 인간 무리에 대해서 잠재적으로 위험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을 읽어낸다.


"밑바닥에서 인간은 오늘날 노동 - 우리는 항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러한 명목하에 힘든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에서 이러한 노동이 가장 최선의 정책을 구성하고 각자에게 재갈을 씌우고는 이성, 욕망, 독립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는 것을 강하게 저지하는 데 익숙해진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노동은 신경의 힘을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소모시켜 성찰, 명상, 몽상, 심려, 사랑과 증오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잘것없는 목표만을 보여주고 안이하고 규정된 만족만을 보장하기 떄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영원히 힘들게 일하는 사회에서는 충분한 안전이 주어진다. 오늘날 사람들은 안전을 최고의 신성처럼 경배한다" (『여명』, Ⅲ, 173)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니체의 시대에 이미 노동의 과대평가에는 공공의 안전이라는 강박관념이 수반되었다. 분명히 우리는 노동을 통해 우리가 우둔해진다는 사실을 안다. 노동은 우리에게 일종의 기분전환이 된다. 왜냐하면 노동은 고유한 의미에서 우리의 불안과 꿈, 파괴적이기도 하고 창조적이기도 한 내면의 혼돈으로부터 주위를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격으로서 노동은 우리에게 진정제 기능을 수행한다.


_발타자르 토마스, <우울할 땐 니체>, 54-56쪽






 노동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 같진 않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평생 업으로 삼는다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노동이야말로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한 고행길이 아닌가. 딱히 목적이 없고, 그저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하는 노동이라면 그리 필요하지는 않은 듯하다. 자신만의 삶의 목표를 좇아야 하는데, 노동이 주는 작으면서도 무의미한 목표를 보고 헥헥댈 것이다. 무의미함과 유의미함 그 사이에서 인생에 합의점을 찾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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