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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고구려 1부, 미천왕편 - 고구려 1~3 (김진명)

by 양손잡이™ 2013. 10. 8.
고구려 1 - 6점
김진명 지음/새움



089, 090, 092.


  재미없게 읽었으므로 오늘도 짧게. 잡담은 많게. 하진 재밌게 읽었어도 길게 못 쓰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로 오랜만에 본 김진명 소설입니다. <무궁화>는 참 재밌게 읽었지요. 우리나라가 금지된 핵개발을 통해 자주국방을 이루는 내용이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 핵개발과 자주국방이라니. 정말 멋지고 이상적인 소리 아닙니까? 그땐 뭣도 모르고 글만 읽던 때였기에 김진명 소설의 불편한 점은 알아채지 못했지요. 강우석 감독의 영화가 비판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김진명도 한소리 듣더군요. 국수주의라고 하던가? 뭐,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런 김진명이 고구려와 중국에 대해 말했습니다. 중국 이야기인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는 열정적으로 읽으면서 정작 우리나라 역사는 등한시한다고 말이지요. 학창시절 국사를 배울 때 우리는 이런 망상을 하곤 하죠. 삼국시대, 만약 신라 대신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이루었다면 현재 우리 영토는 어디까지였을까. 중국의 중심까지 바라보던 강대국 고구려를, 우리가 너무 모르는 건 사실이긴 합니다. 하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긴 하죠. 조선이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왕조인데다가 여기저기서 많이 다루었기에 무려 왕 이름도 알지만요.


  고구려 1부(1~3권)은 고구려 15대 미천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4대 봉상왕은 자신의 왕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작은아버지 안국군과 동생 돌고를 죽입니다. 돌고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아들인 을불을 성밖으로 내보냅니다. 소금장수로 위장해 살면서 고구려 백성의 궁핍한 사정을 깨닫게 되고, 결정적으로 한 노인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고구려를 다시 일으키고자 결심합니다. 새 왕을 기다리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만나 군사를 모으고 고구려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은 재밌습니다. 문장이 딱딱하지 않고 읽기 쉬워서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요, 별로 어렵지도 않아요. 현대소설처럼 복잡한 스토리도 없이 간간히 플래시백만 있는 일직선 전개입니다. 누차 말하지만 <고구려>는 문장은 저~기 던져두고 이야기만 보면 되는 책입니다. 이름밖에 모르던 미천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검색을 통해 실제와 픽션을 구별하면서 그때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 대해선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고구려 사료가 많이 남지 않아 이 이야기와 소재, 전개가 사실인지 그냥 소설인지 도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장점은 여기까지. 이야기 외의 모든 요소에서 감점입니다. 역사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함부로 평하기 힘들지만, 뻔하디 뻔한 전개가 너무 아쉽습니다. 일직선 전개가 장점이지만 너무 눈에 보이니 그대로 독으로 다가옵니다. 뻔한데다가 오글거리기까지. 중간중간 억지전개도 눈에 띕니다. 특히 소청을 제거함으로써 양운거로 하여금 백제왕을 암살하는 장면은 정말 우습지요. 을불(다루)을 평생 가슴에 담아두던 소청을 단순히 정치적 이유로 살해하는데, 을불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을불(미천왕) 캐릭터의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백성을 그리도 아끼던 그가 소청을 저버리는 이 전개는, 대의(고구려 백성)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과거의 연인인 소청)을 삭인다고 보면 얼추 이해할 만하지만요. 이런 전개와 함께 인물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느껴집니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머리에 남는 인물이 많이 없습니다. 미천왕이 을불과 다루였던 시절에 만났던 인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각 인물은 특징도, 매력도 없어요. 전투 중 인물이 죽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게 큰 반증이겠지요. 오히려 숙적으로 등장하는 모용외가 두드러지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재밌는 책입니다. 고구려에 대해 관심을 부른다는, 김진명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혔지만 그 외에 단점이 꽤나 많이 드러나 아쉬웠습니다. 머리 비우고 읽기에는 참 좋은 책인 듯. 생각 없이 봤을 때 오히려 얻을 게 더 많은 아이러니를 선사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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