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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이야기

응답하라 2000

양손잡이™ 2014.01.05 04:54

응답하라 1997, 1994와 전혀 상관없는 글이다.

2014년 1월 2일의 꿈이다.



  며칠 전 '응답하라 1994'가 끝난 기념인지 나도 과거를 훑는 꿈을 꾸었다.

  꿈은, 2000년 중학교 1학년 시절을 배경으로 내가 주연인 1년의 드라마를 마치고 종영이벤트를 할 때를 비추었다. 내 상대역이면서,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 상대에게 수고했다면서 과감히 짭쪼름한 위로키스를 하기도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절대 하지 못하는 이성친구들과의 포옹을 하기도 하면서, 이벤트장으로 향했다. 1층의 넓은 교실에서 진행된 이벤트에선 종방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으레 그러듯이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명장면들을 틀어주며 하하호호 웃어댔다.

  지루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와중에 교실 외부에선 드라마 출연진을 축하해주러 온 팬들을 위해 이벤트를 따로 진행 중이었다. 드라마 주 배경이었던 1학년 5반(중1 시절 실제 반이다)에서 보물찾기처럼 주인공들의 추억의 물건을 찾고, 그 물건들은 팬들에게 기증하는 이벤트였다. 셋 둘 하나, 사회자가 외치자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수많은 소리가 교실문 너머로 들렸다. 다들 내 추억의 물건을 찾으러 뛰어가는데, 나는 교실 의자에 앉아 전에 찍은 촬영본을 보며 의미도 없는 웃음을 지으려니 좀, 슬펐고 그만 펑펑 울었다. 나도, 나도 올라가고 싶은데 지금 내 자리는 이 의자다. 다시 가져오고 싶은 물건이 많은데. 한번 더 교실을 보며 옛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싶은데. 이렇게 자리에 박혀서 발만 동동 구르고 싶지 않은데.

  그리곤 잠에서 깼다. 28의 정확히 중간에 박힌 14, 내가 14였을 때의 시절이 한껏 가공된 기억으로 다가온 연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긴 숫자는 무어든 상관없다. 15든, 16이든, 심지어 직전의 27이든 말이다. 손을 뻗어 잡기는 커녕 꿈에서가 아니면 다신 보지도 못할 사람, 장소들. 꿈은 가죽에 쌓인 기록처럼 검은색일 뿐이다. 총천연색의 또렷함은 단 몇 걸음만 걸어도 흩어지고 만다. 기억은 점점 변색되어 결국 투명함만 남아서, 그래서, 잠에서 깨니 그렇게 펑펑 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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