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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 - 송화준, 한솔 외

by 양손잡이™ 2014. 1. 26.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 - 8점
송화준.한솔 엮음, 김종휘 외 인터뷰/알렙



011.


  어느 때부터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목받는 것은 사회적 기업이다. '적(的)'이라는 일본어 어투까지 당당하게 쓰면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다! 사회적의 의미는 '사회에 관계되거나 사회성을 지닌, 또는 그런 것'이란다. 그렇다면 통상 알던 기업은 사회에 관계가 없다는 뜻인가? 기존의 기업이 오로지 금전적 이득만을 보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사회적 기업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의 뚜렷한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사회적 추구 가치와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목표이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기존의 기업과 다를 바 없고 무조건 베푸는 비영리적 사업만을 바라보는 것은 '기업'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 (그것은 봉사단체다) 책은 이러한 딜레마에 사회적 기업에 표준모델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 가치와 이익 중 어느 것을 더 탐해야 하는지 모범답안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북문화재단의 김종휘 대표는 사회적 미션 반, 수익 모델 반인 모델,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벌고'와 같은 옛날 개념을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은 어떨까 말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집적 대면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책은 공부 멘토로 유명한 공신닷컴, 같이 밥먹기를 주창하는 집밥, 지역 공동체를 앞세운 이웃(EWUT),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까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기업까지 많은 사회적 기업을 소개한다. 각 사업의 아이템은 공부, 음악, 음식, 환경, 미술, 강연처럼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개별 아이템이 아닌 각 사업체 대표의 사고를 살펴보면 '함께'라는 단어가 아주 작은 구심점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학의 큰 틀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의 존재를 아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큰 힘을 주고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면 서로만이 아닌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것이다. 서로 연대감이 강해질수록 실패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고, 이것이 진정 혁신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에 거창한 것은 없다. 해답은 '나'와 '너', 이런 개인이 아닌 '우리' 안에 있다.




  추가로,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인터뷰 중 흥미로운 부분을 발췌하여 남긴다. 어째 발췌가 감상보다 더 긴 느낌이….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자유롭고 진취적인 분위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2000년대 후반 이후 대다수의 청년들이 권위에 복종하는 그런 경향이 다시 찾아왔죠. 아마도 IMF로 상징되는 경제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거 같아요. 또한 지금의 청년들은 자유롭게 생활하던 1990년대의 선배들, 이른바 '서태지 세대'로 지칭되는 선배들이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IMF가 닥치고 나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본 세대죠. 자신들이 본 선배들의 몰락 때문에 다른 길로 '외도'하는 것은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어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다른 생각' 즉, 사고의 확장을 통해 현실과의 간극을 제공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게 하는 것인데요. 요즘 친구들은 그런 인문학적 사고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개인주의 경향을 띠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시위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끄럽다든지, 길을 막는다든지 등)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사회와 구조에 대한 사고 없이 개인성만 극대화된 상고방식이라고 봐요.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불편'에는 굉장히 민감하지만, 집단적으로 풀 수박에 없는 구조적 문제애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또한 원래 문화인류학/사회학의 힘은 자신의 삶을 언어화하고 주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이제는 그 능력을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잘 쓰지 않죠. 오히려 기존 사회가 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한 개인적 도구로만 쓰이는 것 같고요. (230,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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