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열한시 - 이상민

by 양손잡이™ 2014. 1. 27.
열한시 - 6점
이상민 지음, 이승환 각본, 김현석 각색/가연



012.


  작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열한시'를 각색한 소설이다. 원작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국내 최초 타임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이기에 개봉 전부터 관심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영화 대신 소설을 보게 되었다. 소설의 도입부는 매우 좋다.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짧은 분량이지만 인물의 개성과 그들 사이의 심리적 대립이 잘 표현된다. 사실 영화나 소설이나 분량이 다른 작품에 비해 짧기 때문에 작품안의 긴장감은 끊이지 않고 잘 이어지는 편이다. 작은 판형에 인쇄된 내용은 가독성 좋게 편집되어 있다. 작가의 문장도 읽기 편하게 잘 쓰였다.


  글은 쉽게 읽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처진다. 내용을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이 시간여행의 포맷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플롯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당위성도 다소 떨어진다. 우선 주인공인 우석과 지완은 감정이 너무 위아래로 요동친다. 동료애와 과거의 어긋난 거관계, 두 가지 감정이 묘하게 얽혀 서로 애증의 관계처럼 그려지지만 그렇게 설명하기에 소설 속 둘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소설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도무지 당위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선, 이것이 얽히면서 스토리를 전개해가니 더욱 엉망이 될 수밖에. 애시당초 우석이 타임머신을 개발하려는 의도가 불분명하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에 집착하는 행동이 당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박희순의 연기는 좋았지만 자신 또한 타임머신의 제작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을 잃었던 기억을 치유하고 싶었던 우석에게 팀원 모두의 생명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실험 데이터를 담은 슈퍼컴퓨터는 과거에 집착하는 그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지만 극의 마지막, 혼신의 몸부림(?)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에 시간이 너무 짧고 얼척이 없다.


  소설이 영화보다 좋았던 점은 역시 설명의 세세함이다. 영화에서의 조실장은 아무 이유 없이 미움받는데(회사 사람이란 이유 하나로 납득하기 힘들다) 소설에서는 우석과 약간의 대립하는 사건을 보여주면서 극의 당위성을 높인다. 영식이 기지를 탈출하자는 의견에 찬성하거나 조실장이 문순을 살해하려는 장면은 앞선 세세한 심리묘사가 아니면 언뜻 이해할 수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보여주려는 영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에 설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각색소설은 영화팬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