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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동물농장 - 조지 오웰

by 양손잡이™ 2014. 2. 1.
동물농장 - 10점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민음사



009. 


  조금 부끄럽지만, 초등학생 필독서에 끼어 있는 <동물농장>을 여태껏 보지 않았다. 하아.


  작가가 밝혔듯이 <동물농장>은 풍자소설이다. 러시아혁명에서 에피소드를 본땄고, 시간은 뒤죽박죽이지만 실제 사건을 토대로 쓰였다. 나는 러시아혁명이나 서구권의 사회주의혁명 역사는 눈꼽만큼도 모르기에 실제 사건과 책 내용을 연결하며 과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느니 우리는 이런 걸 반성해야 하느니 따위의 말을 늘어놓지는 않겠다.


  소위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 중 '이래서 고전이구나'라는 걸 통감한 작품은 채 몇 되지 않는다. 고전이라 함은 책의 집필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공통선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은 '전에 읽었던 책'이 아니라 '다시 읽어야 할 책'이 된다.


  이상의 타락, 혁명가의 변절, 무력탄압, 언론 통제, 외부의 적, 무조건적 찬양, 다른 목표에 눈 돌리게 하기, 부족한 교육과 더불어 그에 대한 무관심, 무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속박하는 국민까지, 책은 1945년의 전이나 후나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동물농장>이 언제고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책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눈치챘겠듯이, 소설 집필 당시나 지금이나 별 다를바 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은 혁명이 변질되고 극단의 전체주의로 치닫는 과정을 그렸지만 이것은 사회주의가 아닌, 소수건 다수건 어떤 단체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과정이다. 심지어 가장 발달된(아니, 발달되었다고 믿는!) 민주주의에서도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 앞에 어설프게 늘어놓은 키워드를 보자. 멀리 과거를 볼 필요도 없이 현재만 둘러봐도 저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소설이 풍자하는 시대가 아닌 현대에 비추자면, 소설에서 가장 역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민중의 의지이다. 돼지와 개 외의 동물들은 돼지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돼지들이 글을 익히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들이 옳다고 생각했던 동물들은, 사실 출발선에서 평등의 기회를 차버렸다. 글을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한계를 말하며 포기했다. 물론 위로부터 교육의 의지가 없었지만 아래로부터도 또한 앎의 의지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책에 비추어 읽히는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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