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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by 양손잡이™ 2014. 2. 3.
세상물정의 사회학 - 8점
노명우 지음/사계절출판사



014.


  저자는 무려 25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책을 풀어쓴다. 장마다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곳만 각각 열이 넘으니 나는 이 책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문구를 만난 것이다. 그 문구를 가지고 감상을 적자니 너무 늘어질 것 같고, 게다가 그만한 통찰을 받들만큼 튼튼한 지식적 어깨를 갖지 못했기에 키워드에 대해 자세히 쓰는 건 조금 더 개인적이고 은밀한 곳에 하련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을 연구하는 데엔 좋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주변을 주관적으로 보면 안 될까? 우리는 사회적 보편을 원하면서도 철저히 개인화를 원한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개인의 입장차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달랠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멘토가 다그치는(요샌 힐링적 요소가 아닌 그 반대 요소를 가진 이들이 많더라) 이야기는 몇 가지의 방법만으로 가르치려 하기 때문에 그들은 때론 옳고, 동시에 그르다.


  그런 방향에서 학자 노명우가 연구실이 아닌 세속의 세상으로 걸어나온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일산에서 강남까지, 또 강남에서 수원까지 가는 버스에서 들은 이야기들가 이 책의 뼈대이다. 책은 하나의 키워드를 얘기하고 동시에 사회학 서적을 제시한다. 사회학 서적이 쓰여질 당시와 현재를 엮어 글을 써내려가는데 통찰과 융합의 방향이 매우 좋다.


  어떻게 보면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사회학 서적에 대한 메타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메타북은 고전 명작 청소년이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학 서적을 소개했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운 시도이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이렇게 재밌게 다가올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다만 소개하는 책들을 저자의 시각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안 될 일이다. 모든 메타북이 그렇듯이 저자라는 안경을 벗고 본(本) 책을 다시 보는 비판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학자는 글줄 깨나 보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어려운 용어로 된 책을 읽고 어려운 용어로 토론하며 그걸 바탕으로 다시 어려운 용어로 책을 쓴다. 그들은 자신을 뿌듯해 하면서 타인에게는 그것을 선뜻 전파하지 않는다. 때로 다소 쉬운 언어로 말이라도 할라치면 학문의 상품화느니, 세속화느니 말이 많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구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풀에서 벗어나, 사회를 뒤흔들 정도의 사회적 이론도 분명 좋지만 개인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사회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콧대 높은 몇 학자들이 조금만 더 벽을 낮춘다면, 그들이 답답해하고 성토하던 세상과 사람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지식을 토대로 앎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통감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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