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또 하나의 약속 - 이상민

by 양손잡이™ 2014. 2. 27.
또 하나의 약속 - 8점
이상민 지음, 김태윤 각본/가연



023.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그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각색소설'이다.내용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간단히 책과 영화의 비교만 하고 넘어가자. 아주 간단히.


장점.

1. 인물들이 각 챕터마다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의 볼륨이 커졌다. 모든 인물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자를 여러 명으로 나눈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2. 역시 글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살아 있다.


단점.

1. 윤미 아버지인 상구의 강원도 사투리가 살지 않는다. 박철민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인데 책으로 옮기려니 아무래도 이 부분은 어려움이 있었던 듯하다.

2. 화자가 워낙 여러 명이기에 각 챕터별로 분량이 다소 적게 느껴진다. (이는 영화의 단점이기도 하다. 영화의 메시지나 의도는 좋으나 영화 '자체'로 보자면 완성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3. 이건 절대로 책으로 못 옮기는 건데, 영화의 초반, 중반, 후반,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울산바위 전경이다. 정말 영화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이다.


  만약 영화 '변호인'을 책으로 옮겼다 치자. 그걸 봤을 때 과연 감동이 올까? 영화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에 기대어 가는 부분이 꽤나 크기 때문에 그걸 옮긴 글은 영화보다는 감동이 덜할 것이다. 늘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영화 분위기는 불같기 때문이다. 반면 '또 하나의 약속'은 얼음 같다. 눈 나리고 입김이 새나오는 배경에 조용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다가 등장한다. 분노를 터뜨리는 방향이 아닌 조용히 삭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영화적 재미는 '변호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이 각색소설이 재밌게 읽힌다. 이미 영상으로 본 내용에 대해 글로 봤을 때 각색소설 특성상 재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데(급감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다행히 이 책은 선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 포스트를 보고 있다는 건 이미 이 영화와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영화와 사회, 삼성에 대해선 구구절절 쓰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구절.



  문득 민규가 떠나면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보고 나만 정의를 추구하고 나만 올바르게 사는 사람인 줄 아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그래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나는 정의로운 사람인가? 그래서 늘 정의를 추구하며 살았는가? 그렇게 자문해보니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껏 내가 정의롭거나 그렇다고 남다른 정의감으로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선민의식 따위는 가져본 적이 없다. 난 단지 상식을 추구했을 뿐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상식적인 것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혼자 잘난 맛에 정의감을 운운하고 정의의 용사처럼 군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사람들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두고 다르게 보고 정의니 뭐니 거창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걸까, 하고. 그건 아마도 그들이 무엇이 상식인지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마 그 물음에 답은 이 기나긴 싸움이 끝나면 알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지금도 말할 수 있다. 나는 정의감도 없고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단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지. 이 두가지가 그렇게 닮았나? _259, 260쪽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