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천사들의 제국 상, 하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양손잡이™ 2014. 3. 3.
천사들의 제국 - 상 - 4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026, 028.


  사실 <천사들의 제국>은 보려고 본 게 아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다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읽기는 조금 뭐하고 해서 가볍게 읽을 책이 없나 찾다가 한참 전에 결제한 베르나르 전집(베르나르 베르베르 앱에서 구입)을 봤다. 홧김에 산 세트에다가 <제 3인류 3>을 읽고 작가에게 배신감을 느껴 쳐박아두었는데. 여튼, 그나마 칭찬받은 <신>을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서문에 이 책은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에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하지 않는가. 어쩔 수 없었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고 그땐 베르나르밖에 선택권이 없었다. 결국 <타나토노트>부터 읽기 시작.


  <타나토노트>는 고등학교 때인가 꽤나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뭐 어차피 얻고자 하는 교훈도 없고 스킬도 없고 상상력을 빙자한 시간때우기용이란 생각이 드는 베르나르의 책이기에 생각없이 휙휙 넘겼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일직선적인 단순한 스토리라인(사실 그게 장점이다)과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 감동 없는 이야기까지 고루한 책의 장점을 모두 가진 책이었다. 그러니까, 소년소녀 감성으로 읽어야 흥미가 동하는 책이고, 앞서 말했듯이 시간때우기용이다. 단, 베르나르의 자료수집력과 자료끼리 연관짓는 능력, 상상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멍-하니 <타나토노트>를 다 읽은 후 뒤이은 내용인 <천사들의 제국>을 바로 봤다. 예전에 <타나토노트>를 봤다면 당연히 <천사들의 제국>도 봤어야 했는데 분명히 읽은 기억이 없다. 왜냐고? 지금보다 더 쉬운 독서를 하던 그때에도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렸다. 전작에서 영계 탐사단이었던 미카엘 팽송이 환생점수를 다 채워 천사가 되었고, 그는 이제 세 명의 영혼을 맡아 600점의 환생점수를 채워야 한다.


  그래, 바로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다운된다. 나는 팽송의 탐사 이야기를 보다가 갑자기 세 인간의 탄생담을 읽게 된다. 테라 인코그니타를 뒤로 밀며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던 용감한 개척자들의 이야기에서 자기 앞길 살기 바쁜 답답하고 미련한 인간의 이야기로 회귀한 것이다. 주인공이었던 팽송은 우주를 날아다녔는데 이번 주인공인 세 명의 인간(자크, 비너스, 이고르)은 한낮 자기 인생을 살 뿐이다.


  작가도 세 캐릭터들만으로는 이야기의 볼륨을 유지하기 힘들었는지 천사가 된 팽송, 라울, 프레디, 그리고 마릴린 먼로(???) 이 넷이 자신들보다 더 높은 존재를 찾기 위해 탐사하는 이야기를 곁다리로 껴넣는다. 4명이 필요하면 전작에서 그럴 듯한 인물을 데려오든가 조금이나마 탐사에 당위성이 있는 인물이었어야 했는데 갑툭튀 마릴린 먼로라니. 이부터 영 아니올시다다. <천사들의 제국>은 인간이었던 <타나토노트>, 신으로 활동 할 <신>의 중간에서 천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분량과는 반대로 시리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스토리적 중심은 탐사에 있다. 결국 전(前) 영계 탐사단의 이야기가 메인이고, 진짜 곁다리는 자크와 비너스, 이고르의 인생이다.


  이건 정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네 명의 천사가 우리은하 외에 다른 운하에서 그곳의 천계를 찾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스토리인데 실상 이건 단편이나 중편으로 짧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다. 근데 여기에 세 명의 불쌍한 영혼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를 키웠다. 그것도 양장본 두 권으로 말이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쓸 수야 있지만 길이가 길어도 너무 길다. 물론 셋의 이야기에서 돌고 도는 순회과 숙명에서 오는 재밌는 운명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펠렉스와 아망딘의 만남, 화가 이야기) 에드몽 웰즈는 왜 지상의 인간에게 자신의 백과사전을 계속 쓰게 했는가. 쓸데없이 중간중간 들어가는 백과사전 내용은 왜 있는가.(자신의 정보수집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유 없는 내용도 꽤나 많은 듯하다. 


  베르나르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신>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아마 내팽개쳤을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삶과 죽음,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철학적인 책'이라고 평한다. 세 번째 말하지만, 그저 시간때우기용 이상, 이하도 아니다. 혹평을 이렇게 길게 쓸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