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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무한도시 no. 6 - 아사노 아츠코

by 양손잡이™ 2014. 4. 4.
무한도시 no.6 #1 - 6점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까멜레옹(비룡소)



031.


  흠. 이 책을 왜 보고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산 책은 거의 왜 샀는지, 어디서 샀는지, 어디서 추천받았는지 기억하는 편인데 이 책만은 도무지 기억이 없다. 아마 영 어덜트 소설 중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었다고 해서 한켠에 적어두었나보다. 구입은 민음사 리퍼브도서전에서 반값으로. 만약 이걸 제값주고 샀다면 아마도 땅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를 했을 듯싶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에 이상도시를 건설했는데 그 중 하나가 'no.6'다. 뭔가 심오한 이유는 없다. 그냥 여섯번째 도시이기 때문에 no.6일 뿐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완벽해 보이는 도시는 사실 허상이고 뒤에선 구린내가 풀풀 풍긴다. 다들 그걸 모를 뿐. 엘리트 소년 시온은 교정시설에서 탈출하는 부상당한 생쥐(캐릭터 별명이다)를 응급처치해주고 그때문에 계급이 박탈당한다. 몇 년 뒤, 공원 관리일을 하던 시온은 사람에게 기생하던 벌이 숙주를 죽이고 부화하는 것을 본다. 평소 no.6에 의문을 가지던 시온은 이 사건에서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되지만 생쥐가 그를 구한다. 쓰레기더미 서쪽 구역으로 피신한 시온은 no.6의 전말을 알게 되는데…


가 단순한 스토리. 재밌는 인물이 나오고 인물들끼리 과거에서부터 얽히는 스토리도 있지만 정도가 매우 미미하다. no.6와 교정시설을 무너뜨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큰 도시를 붕괴시키는 게 메인스토리인데 그에 비해서 인물의 폭이 너무 좁다. 지금 손으로 꼽아보니 소설에서 많이 다뤄지는 인물은 꼴랑 다섯이고 서브캐릭터를 해봐야 스물 되려나. 실상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소설도 인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캐릭터성에 치중한 <무한도시>는 그 깊이가 매우 얕다.


  깊이의 단점은 묘사와 진행에서도 드러난다. 세계관으로만 따진다면 <멋진 신세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멋진 신세계>는 고전다운 서술 - 즉, 다소 고루하고 장황하지만 서사에 기댄 서술을 보여준다면 <무한도시>는 철저히 캐릭터에 의존한 서술이다. 청소션 소설을 표방하지만 라이트 노벨의 노선을 그대로 밟는다. 세계관도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고 권마다 다루는 이야기도 매우 적다. 9권의 시리즈는 대략 장편소설 2권 정도로 압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라이트 노벨의 공식(한두 권에 이야기 완결)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서쪽 구역에서 슬렁슬렁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권이 있는가 하면 급박하게 교정시설로 들어가는 권도 있다. 즉, 이건 9권 분권해서는 안될 책이었다! 이건 명백하다. 교정시설이 무너진 후의 전개와 결말은 분량조절 실패로 허무하고 허무하다. 어쩌라는겨?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문장에 깊이가 있어야 할텐데 글솜씨도 그닥 좋지 않다. 이러니 청소년 소설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 아닐까. <아가미>만 봐도 이렇지 않단 말이지. 아무리 세부 장르가 다르지만. BL 요소를 첨가한 두 캐릭터(시온과 생쥐)의 매력도 그리 와닿지 않는다.


  여튼 끝. 3일에 걸쳐 읽었는데 나중엔 메인스토리만 파악하려고 문장은 읽지도 않고 넘겼다. 머리에 남을 것도, 배울 것도, 재미도 없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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