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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MY CAR MINI - 최진석

by 양손잡이™ 2014. 4. 19.

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최진석 지음/이지북



041.


  나이 스물 여덟에 운전면허를 딴 지 벌써 세 해가 지났건만 면허증은 지갑, 그것도 뜯어져서 미사용 중인 카드를 모아둔 지갑에 고이 모셔져 있다. 전북 정읍의 할아버지 댁에 가는데도, 부천 친척 집에 가는데도, 가까운 마트 가는데도 항상 예순 가까이 되신 아버지가 차를 몰아야 한다. 심지어 같이 면허를 딴 네 살 어린 '여'동생도 차를 몰고 마트에 가는 마당에 말이다!


  면허를 따면 운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든다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면허를 딸 때나 지금이나 차를 몰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기숙사에 살고 근무지는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여행은 싫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BMW(Bus, Metro, Walking)이면 충분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 대신 차를 몰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을 볼 때조차 돋보기 안경을 쓰시는, 노안이 오는 아버지가 운전할 때 도로가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상상할 길이 없지만, 시력에다 체력까지 나빠지는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니 조수석에 앉아 꾸벅 졸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여동생에게 뒤쳐진다는 생각까지 드는데다가,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오너(owner)인 걸 보면 뭔가 아쉽다.


  운전을 하지 않은 이유는 기회가 적은 것도 있지만 원체 차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댓 살 먹은 어린 아이들도 자동차 바퀴만 보고 브랜드를 척척 맞춘다고 하는데, 나는 차 모델을 맞추기는 커녕 어떤 회사에서 나온 차인지도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외모와 달리 섬세하게(?) 작은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 큰 차를 왜 좋아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MY CAR MINI>(이하 마이카)를 만났다. 미니라곤 미니쿠페밖에 모르고, 실제론 거의 보지 못했으며 그나마 카트라이더에서 무료로 증정했던 미니쿠퍼로 게임을 즐겨본 기억밖에 없다. 그저 '예쁜 차'로만 알고 있던 미니였고, 사실 난 미학보다 효율을 더 중시하기에 책도, 미니도 그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전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면서 힘들게 운전하시는 아버지를 보고는 차 구입을 잠시 생각하였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이 미니와 <마이카>였다. 집으로 온 후 얼른 책을 펼쳤다.

  국내에서만 연간 최대 6천 대 이상 팔리는 미니는 이미 소형차의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다. 하지만 차 한 대로 책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그저 차일 뿐인데 말이다. 책은 미니가 어떤 차인지부터 읊는다. 'MINI is mini, MINI is not min'라는 소제목에서 미니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겉으로 보이기엔 작은 차지만 안을 들어다보면 의외로 넓고 수납공간도 꽤 된다고 한다. 처음 기아 SOUL을 탔을 때가 기억난다. 아마 미니는 그것만큼 충격적(?)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 가지 놀란 점은 미니가 무려 7종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고 차의 심장인 엔진은 5종이라는 것이다. 즉 이리저리 조합하면 35종의 많은 미니가 탄생한다. 엔진은 숫자가 가득하고 관심(사실 지식)이 없기 때문에 넘어가지만, 미니의 7종 라인업은 아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본형인 해치백부터 오픈형인 컨버터블, 속도감의 쿠페, 대형미니인 컨트리맨까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한다.



<미니 7종 라인업과 종별 특징>


  연간 판매량이 30만대에 불과한(BMW의 한 해 판매량은 196만대) 미니지만 고유의 매력 때문인지 유명인들도 미니를 많이 몰았다. 비틀즈 멤버인 조지 해리슨은 미니의 외관에 비틀즈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식을 했고 마가릿 대처도 미니를 타고 다녔다. 이미지 매칭은 잘 안 되지만 축구선수 웨인 루니도 미니 쿠퍼S 해치백을 탔단다. 우리나라도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진다. 미니 런 인 코리아나 미니 유나이티드 코리아 등 큰 행사도 개최됐다.


  책이 내 사고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한 해에 백 권이 넘는 책을 읽어도 얼마 꼽지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관심도 없던 분야의 책인 <마이카>가 차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었다. 무조건 효율과 연비, 예쁜 것보다 투박한 게 진리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미니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28년만에 처음으로 차 가격을 검색해보았다. 오 마이 갓. 2013 미니 쿠페가 3천 후반에서 4천 초반까지다. 입이 떡 벌어진다. 비슷한(그렇다고 생각한다) SOUL이나 i30, 벨로스터의 두 배 가격이라니…. 그럼에도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미니를 볼수록 탐난다. 겉으로 보이는 미적감각에 주행성과 안정성까지 꽉 잡은 미니. 아, 당신은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아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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