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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부활 - 레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by 양손잡이™ 2014. 9. 20.

부활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민음사



071, 074.


  분명히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 기억의 <부활>은 죄지은 남자가 죄 때문에 한참 고뇌하다가 결국 유죄를 받아들이고 유형을 가는 이야기다. 거기에 쏘냐라는 여자가 옆에 붙어 함께... 읽다보니 기억났다. 이 스토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물론 죄와 벌도 온전히 읽은 게 아니라, 맨 앞과 맨 뒤 각각 수십쪽씩밖에 읽지 않았다)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그렇게 들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들(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을 무진 재미없게 읽다가 때려쳤던 나로서는 러시아 소설은 항상 무섭다. 빅토르 위고처럼 곁가지로 빠지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집중하기 힘들다. 거기엔 러시아식 이름도 한몫하는데, 이놈의 이름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는데다가 지들 맘대로 애칭으로 부르느라 더더욱 헷갈린다.


  부활도 그러긴 마찬가지다. 주인공격인 네흘류도프와 마슬로바의 이름이 너무 많다. 거기다 그들이 만나는 인물들도 엄청나다. 감옥과 죄수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상류사회의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제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줄줄이사탕으로 인물 소개가 계속된다. 덕분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옥에 투옥된 이들의 사연을 깜빡해버렸다. (다른 책을 동시에 읽느라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 아닌 변명)


  소설은 제목처럼 부활을 다룬다. 흔히들 생각하는 하나님의 부활은 아니다. 네흘류도프는 땅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며 적은 소작료만을 받고 농민들에게 넓은 땅을 나눠준다. 억울하게 투옥된 이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이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냈던 네흘류도프는 당시 부조리한 사회관습을 깨는 혁명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젊은 시절, 네흘류도프와 순수한 사랑을 나눴지만 타락한 네흘류도프에 의해 자신도 타락하게된 마슬로바.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고 유형지로 향하는 마슬로바는 유형수들과 지내며 차차 예전의 순수함을 찾아간다. 감옥에 갇힌 이들이 모두 악한이 아니다. 정치가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택도 없는 이유로 가둔 정치범과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도 있었다. 이들과 가까워진 마슬로바는 타락한 과거를 차차 잊는다.


  네흘류도프와 마슬로바는 각각 위와 아래로부터의 사회 개혁(또는 인식 바꾸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부활>의 백미는,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네흘류도프의 청혼을 거절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위'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뚝심으로 서려는 '아래'의 결연한 모습이 빛난다.


  책은 읽기 자체가 매우 재밌다. 여러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다만 톨스토이가 만년에 쓴 책이어서인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톨스토이의 생각을 담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태를 빌린 긴 논설문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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