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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책 이야기

무서워서 못 읽는 책들

by 양손잡이™ 2015. 3. 30.

얼마 있지 않은 책들이지만, 개중 정말 읽고 싶은데 여러 이유로 무서워서 못 읽는 책들이 있다. 아니,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무섭다는 건 핑계고 사실 읽기 싫어하는 건가... 어쨌든, 그렇다. 몇 분은 이 글에 공감하실지도? 아... 아니신가요? 저만의 착각인가요??? ㅠㅠㅠ




농담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199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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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밀란 쿤데라


아마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이 책이 뭐가 무서워서 못 읽는다는 말인가, 수준낮은 독서하면서 나대지 마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에게 쿤데라는 정말 넘기 힘든 벽이다. 내가 접한 쿤데라의 첫 책이 <불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불멸>은 그해 읽은 가장 난해한 소설이었다. 난 역시 단순무식한 일직선 스토리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멍청이인가 보다.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던 대학생 시절, 한 50쪽 읽다가 덮은 기억이 있는 <농담>이기에 더더욱 무섭다. 한번 포기한 책은 다시 펴기 쉽지 않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
프리드리히 니체
출판
책세상
발매
200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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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의 열렬한 팬(아니, 팬이 아니라 니체'빠'다)인 친구는, 니체의 책 중에 이책만큼 쉽고 재밌는 책이 어딨냐며 이 책을 펴지 못하는 나를 나무랐다. 이 친구는 독어를 부전공해 차라투스트라를 원서로 읽었댄다. 문장 하나하나를 해석해놓은 원서를 빌려준다는 친절함을 뒤로 하고, 호평이 자자한 책세상판 니체 전집 중에서 차라투스트라를 샀건만. 양장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민음사판으로 재구매했다. 그렇다고 내용이 바뀌는 건 아니다... 히틀러는 초인을 지멋대로 해석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작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사상과 일치한다. (물론 이 해석은 틀렸다) 나도 내멋대로 초인을 해석하고 히틀러나 라스콜리니코프꼴이 날까봐 무섭다.




안나 카레니나 세트

작가
레프 톨스토이
출판
민음사
발매
201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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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의 얼굴을 차지할 정도로 흥미롭다는 소설인데, 무서운 이유는 너무 길어서. 3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장편소설은 요새 잘 읽지 않을 뿐더러 민음사 세계문학 특유의 길고 두꺼운 판형은... 정말 이 판형은 10년이 지나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두꺼운 책일수록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이 세트에서 그 특징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728쪽 민음사판 <에마>의 압박에 비할 바는 못된다... 진짜 엄청난 책) 톨스토이야 워낙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작가이니, 단순히 길이의 압박에 책을 쉬이 잡을 수 없다.




레미제라블 세트

작가
빅토르 위고
출판
민음사
발매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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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애증의 세트가 아닐 수 없다. 내 기억엔 장 발장 이야기로 가볍게 기억되는 책이었다. '13년 초 영화로 이야기를 접하고서는 이 책은 전체 이야기를 모두 읽어야 해! 하며 어떤 출판사 책을 살까 한참 고민했더랬다. 민음사와 펭귄클래식이 최종 후보였는데, 펭클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받은 안 좋은 판형의 이미지가 있어 결국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가져왔다. 결과론적으로는, 실수다. 역시 위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이유인데, 너무 두껍고 길다. 펭클 책이라고 얇지는 않지만 그나마 판형이 작아 읽을만 할텐데... 게다가 더 클래식 버젼으로 전자책도 있으니, 오호, 통재라. 민음사 책은 웬만하면 얇은 책만 사는 걸로 -_-




자본론 공부

작가
김수행
출판
돌베개
발매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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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작가
임승수
출판
시대의창
발매
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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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철학

작가
게오르그 짐멜
출판
발매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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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 김수행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 돈의 철학 - 게오르그 짐멜


한 인친이 지하철에서 자본론 관련 책을 읽다가 어느 할아버지께 쌍욕을 먹었단다. 하, 나도 분명 런 소리를 듣겠군... 사회학에 지식은 전무하지만 부의 재분배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현재의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가 갖는 맹점을 파헤쳐보고자 자본론이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된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진영논리가 다시금 팽배해진 요즘,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엄청난 손가락질과 욕을 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지금이 8, 90년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이전에는 언급만 해도 끌려갈 참이었으니... 앞의 두 권은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주위의 시선이 무서워서 쉬이 펴지 못하고, 마지막 <돈의 철학>은... 내용도 어렵거니와 1,092쪽에 달하는 무거운 양장본이기에 작정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펴야 하기에 두렵다.




21세기 자본

작가
토마 피케티
출판
글항아리
발매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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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한참 피케티 열풍이 불었다. 겉으로의 여파는 채 반년을 못 갔지만... 그때는, 책 좀 읽는다~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책을 산 것 같다.(흐음, 나만 그런 건가?) 잘 읽지 않고 폼으로만 놔두는 베스트셀러의 전형적인 조건을 다 갖춘 책일 것이다. 아마존에서 전자책의 북마크 위치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사놓고 읽지 않는 책 2위에 올랐다. 그말인즉슨, 800쪽(한국판 기준) 중 100쪽밖에 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는 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책을 읽기에 내 지식도, 참을성도 너무 모자랄 성싶다. 아니, 그러면 비싼 돈 주고 왜 산거야? 왜기는. 그놈의 허세 때문이다. 남들 사는 건 다 사야 직성이 풀린다. 에잇, 이 몹쓸 버릇.




금요일엔 돌아오렴

작가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출판
창비
발매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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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황정은의 글을 읽다가 펑펑 운 이후로, 29살의 건장한 청년은 이 책을... 울 것 같아서 무서워서 쉬이 펴지 못하고 있다. 할 말은 없다.



아니, 이 양손잡이라는 놈은 내용도 좋은데다가 읽기도 재밌는 책들을, 이렇게 못 읽는 책에 올려놓고 불평불만만 하다니 독서력이 한참 떨어지는 놈팽이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맞다. 한 해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지만 어려운 책은 없고 500쪽이 넘는 책도 없다. 흥미 위주의 책만 읽는 기회주의자! 하지만 즐기는 독서가 최고이지 않은가. 많이 읽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는 걸 목표로 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계획은 틀어져야 미덕이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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