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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이야기

가장 보통의 존재

by 양손잡이™ 2011. 5. 13.
  이곳에서 난 아주 보통의 존재. 남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나. 내가 전체에 있든 없든 그게 그거지. 그저 모두가 하라는데로 해야지.
  처음에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줄 알았어. 암, 초등학교 때, 잘나가던 때였어. 일상생활은 조금 찌질했지만 학교시험을 잘 보고 책보는 걸 좋아했지. 그게 그때의 '보통'이 아닐 수 있었겠지. 쨌든, 나는 내가 조금은 잘났다고 생각했어. 수학을 좋아했고, 그만큼 성적도 잘 나왔어.
  중학교? 뭐 똑같지. 그저 공부와 농구만 했어. 사교관계란 그저 농구로만 이어진 관계.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혼자 생각하고 바보같이 그랬어. 지금같이 열망이 강하고 낯이 두꺼웠다면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왜 바보같이 혼자 생각하고 있었지? 각설하고, 그땐 뭐 공부도 그러저럭 했고 - 전교 7등한적도 있다구 - 농구도 열심히 해서 남들보단 조금 잘 하게 되었어.
  고등학교, 젠장 다시 쓰기도 좀 그렇네. 중학교랑 다를게 뭐람? 참 한심하기도 하지, 그렇지? 공부는 중학교때보단 좀 더 잘했던 것 같아. 고 1때는 최고였지. 전교는 물론 전국에서 놀던 성적이었으니까. 연대? 고대? 수월히 합격된다고 하더라구. 500점 만점에 460 넘게 나왔으니까 말 다 했지. 그땐 노는 게 농구, 게임밖에 없었어. 책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뭐 시간 없다는 핑계가, 에휴, 피할 수 없더라구. 온갖 잘난척은 다 해놓고 그랬는데.
  대학교. 아 정말 왜 이런지. 학과에서 아웃사이더였어. 학과 애들이랑 어느정도 친하게 지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입학전 OT나 새터를 안가서 더 그런 걸지도 몰라. 선배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자연히 학과일에선 손을 때게 되더라구. 그나마 마음맞는 친구놈들 몇 만나서 다행이야. 몇 안되는 아웃사이더들의 리더격이라고 할까, 하하.
  원래 뭘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보통이 아니지. 암, 뭔가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따르는거고, 그 자신도 자신감을 가지고 하는거지. 그런 한 사람이 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니, 온 세상 60억 인구가 과연 몇 사람의 손에 이끌어져 가는 것일까? 나의 자유의지가 있어. 내 모든 선택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지. 그래서 내 미래가 나에 의해 결정되고 비로소 내일의 나가 되는거야.
  그런데, 그래봤자 '나'이잖아. 결국은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보통의 존재이고, 그중 우리는 '가장' 보통의 존재인거야. 우리가 아무리 자신을 만들었다고 해도, 태생적 한계라는 게 있는 거거든. 보통으로 태어났으면 결국 우린 보통이야. 알잖아, 노력해도 안된다는걸, 가끔 느끼지? 뭐든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은 내 뜻대로 안되고 저 윗대가리들이 시키는데로 하게 되는 것. 그게 답답해도, 자신이 한심해보여도, 너무 한탄만은 하지마. 그게 운명이고, 그게 바로 너야. 너의 길. 그렇다고 한숨쉬지는 마. 그들의 황금빛 길이 아닌, 그저 황토색 모랫길이라 해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저 특별한 사람들도 결국 우리, '가장 보통의 존재'가 있어야 뭔가 할 수 있으니까. 내가 전체이듯, 전체가 곧 나이니.


-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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