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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031.


0. 언제나 그랬듯이, 어디서 누구에게 추천받은지 모르는 책이다. (산 건 분명 알라딘 중고서점이렸다) 한참 우타노 쇼고의 서술트릭에 빠졌던 때, 서술트릭을 이용한 걸출한 작품으로 추천받은 책이렸다. 거진 2년 전에 사둔 책인데 책꽂이에 박혀만 있다 이번 책정리에서 팔려고 놔둔 책이다. 그러다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오랜만에 가볍게 읽으려고 편 엔터테인먼트 소설.


1. 흔히들 할 수 있는 착각일 것 같은데, 도착은 어떤 장소에 다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뒤바뀌어 거꾸로 된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제목만 보고 무슨 모험소설인가 싶지만, 실은 서술트릭의 거장이 쓴 도착 시리즈의 첫 권이란 말씀.


2. 이야기는 작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가 월간추리 신인상에 도전할 원고를 쓰면서 시작한다. 고생 끝에 야스오는 원고를 끝내지만 친구 기도 아키라가 중간에 원고를 잃어버린다. 이 작품은 신인상 수상작이 되지만 당연하게도 수상자는 야스오가 아니다. 상금과 명예를 모두 뺴앗긴 야스오는 분노에 차 수상자를 찾고자 한다. 원작자와 도작자를 둘러싼 진실의 공방. 그 사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3. 1989년 작품임에도 전체적으로 깔끔한 소설이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예전부터 발전해왔기에 전혀 촌티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툭툭 끊기며 빠른 서술과 전개가 강점이다. 서술트릭으로서 그 반전도 매우 충실한 편이다.


4. 서술트릭의 최대 단점은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는 점이다. 단 몇 줄만으로 앞의 수많은 페이지를 단숨에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 쾌감을 몇배로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단순하고 저열한 속임수로 치부해버리는 이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트릭은 모든 내용을 엎어버리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랬기 때문에 그랬답니다, 후훗.


5. 몇은 서술 트릭을 힌트가 없고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싸구려 트릭이라고 치부하지만, 근래 추리 소설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소년 탐정 김전일 같은 본격 추리가 등장하면서 독자가 추리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줄어들었다. 독자가 끼어들 만한 틈이 없다고 서술트릭을 비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6. 어쩌다보니 서술트릭에 관한 이야기만 주저리댔는데, 어쨌든 책은 재밌다. 복수에 미쳐 광기로 물들어가는 인물들을 보면 뒤에는 어떤 일과 사건이 벌어질까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덮을 수 없다.(실제로 하루만에 읽었다) 어떤 트릭이든 추리소설을- 특히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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