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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션 - 앤디 위어 (RHK, 2015)
    독서 이야기 2015.10.16 00:01

    마션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2015-046.


    1. 한 달간의 황금방울새. 두 달간의 그리스인 조르바.  조르바는 후반부에 재밌기라도 했지, 양 많은 황금방울새는 뒤로 가면 갈수록 엄청나게 흥미가 떨어졌다. 중간중간 잡지와 셜록 홈즈를 보았으나 길게 읽는 책이 두 권이나 되니 이쯤되면 머리가 터질 모양이었다. 여차저치 책들을 모두 끝내놓고 머리를 식힐, 재미만을 위한 책이 필요했다.


    2. 전부터 읽으려던 마션을 꺼내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터치했다가 맞으려나. 이런 흥미 위주 소설은 전자책으로 가볍게 샤샤샥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를 보니 종이책이 16만에 육박하고 전자책은 무려 6만이다. 뜬금없지만 전자책이 점점 활성화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국내에 새 기기도 두 개나 나오고.


    3. 베스트셀러 탐독자인 나로서는 조금 늦게 읽은 편이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눈도장을 찍어놨지만 한참 책 읽기에 난항을 겪던 때라(조르바를 만나고 있을 때였다...) 새 책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마션'이라는 제목만 듣고 무슨 이런 어감의 단어가 있나, 싶기도 했다. 무심코 넘겼던 책인데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쪽에서 입김이 생각보다 셌다. 자주가는 전자책 카페에서 슬슬 마션이 재밌다는 소문이 돌고, 리X북스 사람들이 지금 많이 읽고 있는 책 1위에서 쉬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유행을 좇는 제가 이 책에 조금씩 눈길을 보낸 건...


    4. 잠깐 구매내역을 살펴보니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마션을 황금방울새와 같이 산 것이다. 두둥. 뭐부터 읽을까, 하다가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이 아닌 조금 더 있어 보이는 책(황금방울새는 2014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을 골랐는데, 지금 보니 이런 낭패가 있나.


    5. 마션은 화성 탐사를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의 행성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의 이야기다. 아무것도 없이 달랑 우주복만 남은 건 아니고, 임시 거주용 막사와 그 안의 환경을 조절해주는 기계, 화성상승선(MAV), 약간의 식량, 식물 씨앗(마크는 생물학자라고 한다) 등등이 있다. 자, 이제 마크는 남은 것들을 가지고 화성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다음 탐사대를 위해 NASA가 떨궈놓은, 아-주 멀리 떨어진 MAV를 향해 갈 계획을 세운다.


    6.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숨쉴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산소가 포함된)공기, 마실 수 있는 물,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식량,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공간. 헌데 마크가 남겨진 화성이란 공간은 척박할 따름이다. 산소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식량은 커녕 물도 없다.(아쉽게도 얼마 전 나사가 화성에서 소금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실 중대발표라고 하길래 소설 마션이 논픽션이라는 발표를 할 줄 알았다) 화성의 차가운 대기는 마크의 체온을 마구 뺴앗아간다. 이런 와중에 저 멀고 먼 곳까지 여행을 해야 한다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7. 하지만 소설에서 주인공이란 어떤 존재인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와도, 죽을 고비를 앞두고도 뭐든 이겨내고 긍정적인 인물 아니던가! 그는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무려 2년의 생존 계획을 세운다. 뭐,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분리한 후 태워서 어쩌고 저쩌고 한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중간중간 그의 해박한 과학 지식이 드러나지만(사실 고등학교 과학만 배웠어도 알 만한 수준이다) 그것들을 대충 넘겨도 읽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8. 화성에 남은 마크를 구하기 위해 전세계가 구원의 기도를 올린다. 여기저기서 힘내라고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뉴스에도 온통 그의 이야기가 넘친다. 후반부에는 우주개발에 힘쓰던 중국조차 그의 안녕을 위해 나사와 힘을 합친다. 좀 말이 안되는 설정이긴 하다만, 미국식 소설로는 당연한 전개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제 G2 중 하나인 중국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둘이 뭉쳐 미국인 마크 와트니를 구한다, 작가는 위 아더 월드를 부르며 글을 썼음에 틀림없다. 물론 여기에 큰 의미는 없다. 미국은, 과거에는 전장에 홀로 남겨진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고, 미래에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보낸다. 뭔가 의미심장하다. 물론, 농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마션의 주인공은 모두 맷 데이먼이다)


    9. 식량인 감자는 물론이거니와 물과 산소까지 자급자족해야 하니, 인터넷에서 말하는 화성판 삼시세끼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화성에 홀로 남겨졌으니 21세기(22세기인가?)판 로빈슨 크루소라고도 할 수 있겠네. 그나마 윌슨 대용으로 동료들이 가져온 드라마와 음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10. 나는 과학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아닌, 어떻게 표현하냐를 중점에 둔 SF를 좋아한다. 단순히 과학을 이야기에 써먹는 게 아닌, 인간의 번뇌(나는 누구인가, 나는 진짜 나인가, 우리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를 다룬 작품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마션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내 기준에는 SF라 불리기에는 조금 애매한 작품이다. 과학을 끼얹은 페이지 터너에 가깝다고 할까. 전형적인 소설의 전개를 따라가고 위기는 예상 가능하다. 첫 문장, '아무래도 좆됐다'가 주는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재밌게는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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