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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셜록홈즈가 틀렸다 - 피에르 바야르 (여름언덕, 2010)
    독서 이야기 2015.10.29 23:31

    셜록 홈즈가 틀렸다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여름언덕



    053.


    1. 난 원래 셜록 홈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시절, 제대로 된 장르문학을 괴도 뤼팽과 함께 해서 이런 모양이다. 뤼팽에 비하면 홈즈는 신사도 못돼고, 멋지지 못했으며 전혀 쿨하지 못했다. 제일 처음 읽은 홈즈 시리즈는 단편을 만화로 꾸린 책이었다. 그림체고 뭐고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뤼팽의 <기암성>에 비해 스케일이 너무도 작은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15년도 더 된 기억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2. 이런 내가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홈즈의 데뷔라고 할 수 있는 <주홍색 연구>(나로서는 정말 적응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절반은 지금, 절반은 과거의 전기를 말하는 추리 소설이라니...)를 읽고 어릴적 만화로 본 단편집을 독파한 후, 드디어 홈즈 시리즈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배스커빌 가의 개>로 넘어왔다. 뭐, 솔직히 말하건대 내가 <주홍색 연구>를 읽은 이유는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기 위해서였고(<배스커빌>은 3번쨰에 위치한다), <배스커빌>을 읽은 이유는 피에르 바야르의 <셜록 홈즈가 틀렸다>를 읽기 위해서였다. 팬심에서 발로된 독서가 아니어서 셜로키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3.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에 이어 두번째 책이다. 사실 도서 정가제 전에 피에르 바야르 책을 잔뜩 사뒀지만 잘 읽진 않았다. 어느날 책장 정리를 하는 중에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피에르 바야르의 책은 제목부터가 매우 도발적이다. 읽지 않은 책을 어떻게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지 않나. 가장 유명한 탐정인 셜록 홈즈의 수사가 틀렸다고 말하고 말하지 않나. 제목부터 뭔가 구미를 팍팍 당긴다. 이 한순간의 유혹 때문에 3일 간의 부산여행길에 기차에서, 버스에서, 거리에서 세 권의 홈즈를 겨우 마쳤다.


    4. 책은 말 그대로 셜록 홈즈가 틀렸다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이 분야를 추리 비평이라고 칭한다. 문학 작품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시 곱씹어보며 생각한다. 이 책의 전작인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나>, <햄릿을 수사하다>와 비슷한 궤의 책이다. <셜록 홈즈가 틀렸다>가 추리비평 시리즈(?) 중 마지막이어서인지, 이 책 중간 중간에 이전 책(애크로이드, 햄릿)에 대해 말한다. 솔직히 이 점이 매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책을 읽기도 전에 다른 책에서 스포를 당한 느낌이랄까.


    5.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배스커빌가의 개>의 범인이 스태플턴이 아니라 그의 아내인 베릴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말한 근거를 여기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책의 절반을 여기다 옮겨써야 하므로 패스한다. 읽다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반박이다. 흥미가 돋는다면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요약할 능력이 안돼서 죄송합니다.


    6. 책을 모두 읽으니 홈즈는 이 작품에서 형편없는 탐정으로 보인다. 범인의 의도대로 추리하고 행동한다. 의뢰자(헨리 배스커빌)를 위험에 빠트리고, 엄한 사람의 사망 사건을 오독한다. 으스스한 배스커빌의 자연 경관에 빠져 사건의 디테일을 신화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사고조차 사건으로 착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범(베릴)을 찾지 못했다.


    7. 피에르 바야르는 이 빗나간 추리가 사실 셜록 홈즈의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의도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많이 알려진 사실로, 코난 도일은 일반문학쪽으로 이름을 날리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홈즈는 매우 모순적인 존재였다. 상업적 성공을 줌과 동시에 '코난 도일=셜록 홈즈'라는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난 도일은 일반문학을 쓰기도 했고 작품도 썩 괜찮았다고 한다) 그리하야 코난 도일은 큰 마음을 먹고 셜록 홈즈와 모리아티 교수를 싸움 중에 계곡 아래로 떨어뜨려 죽였다.


    8. 허나 홈즈는 코난 도일의 생각보다 엄청난 인물이었나보다. 많은 독자들이 홈즈를 살려내라고 수많은 청원을 냈다고 한다. 작가에게 강력한 항의를 넘어 협박한 독자도 있다고 하니 홈즈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코난 도일의 어머니조차 홈즈를 살리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단다. 그는 장고 끝에 결국 <배스커빌 가의 개>로 홈즈를 컴백시켰다. 죽었던 홈즈가 살아돌아온 것은 아니고, 왓슨이 쓴 이전 사건의 회고록 정도라고 한다. 도일은 홈즈를 완전히 살리지는 않았지만 우선 컴백은 시켜놨으니 독자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하지만 피에르 바야르에 따르면, 그 이면에는 엇나간 추리를 통해 홈즈에게 빅엿을 선사함으로써 사소한 복수를 선사했다.


    9. 도일과 홈즈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안의 세계가 온전히 소설만의 것은 아니다. 가상 인물인 홈즈를 없앤 코난 도일이, 현실의 독자에게 뭇매를 맞아 홈즈를 되살렸다. 그런데 홈즈가 잘못된 추리를 하면서 코난 도일이 홈즈을 엿먹인다. 이는 독자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혼동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10.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실존 인물인 조르바를 만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썼다. 그리고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독자 중 몇은 조르바에게 감명받아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을 것이다. 조르바에게 영향을 받은 감정은 소설뿐만 아니라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영됐을 것이고, 반영된 감정은 다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11. 쓰고보니 이 글을 보면 책이 뭘 말하려고 한 건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중간에 현실과 소설세계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냥 뛰어넘었다. 애초에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셜록 홈즈가 정말 틀렸는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잇,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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