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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극의 아이 - 장용민 (엘릭시르, 2013)
    독서 이야기 2016.02.20 23:33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엘릭시르



    2016-008.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는 장용민의 <궁극의 아이>를 드디어 끝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 책장에 꽂힌 걸 보고 홧김에 샀던 책이다. 단순 재미만을 위한 독서를 할 때 읽겠다고 옆에 뒀는데 <겨울 밤 어느 한 여행자가>와 <메이블 이야기>덕분에 이 책을 펴게 되었다.

    FBI 요원 사이먼 켄은 신가야라는 의문의 인물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편지가 배달되는 날부터 매일 한 명씩 사람이 죽는다는 경고가 담긴 편지였다. 실제로 공항에서 비행기끼리의 충돌로 사고가 났던 참이었다. 신가야는 계획된 살인을 막기 위해서 앨리스 로쟈를 찾아 그녀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으라고 한다.

    사이먼은 앨리스와 그녀의 딸 미셸이 사는 집에 찾아가 신가야에 대해 묻는다. 신가야는 십 년 전 닷새 동안 앨리스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녀의 눈앞에서 자살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잊지 못하고 모두 기억하는 앨리스는 잊을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신가야와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꺼린다. 하지만 사이먼의 간곡한 부탁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이먼은 이 사고가 단순하지 않고 아주 치밀한 계획임을 깨닫는다.

    어느정도는 다카노 카즈아키의 <제노사이드>가 떠오르는 책이다. <제노사이드>는 전세계를 무대로 한 치밀한 스토리와 빠르고 촘촘한 전개,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이 특징이었다. <궁극의 아이>도 비슷하다. 한국 소설 중 이만한 스케일을 가진 책은 많지 않다. 작가는 전세계를 타겟으로 한 소설 무대에 빠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군데 막힘없이 시원한 전개, 미래를 내다보는 신가야라는 인물의 신비로움, 현재와 미래 두 시간대의 차이에서 오는 미스터리함이 550여쪽의 책을 막힘없이 읽게 만드는 힘이다.

    이야기를 중반부까지 단단하게 끌어오는 힘이 마지막으로 가면서 다소 무뎌져 다소 아쉽다. 초반부의 개연성이 후반부 들어 약해진다. 운명은 바꿀 수 있다는 신가야의 믿음은 어디서 온 것인가. (설마 사랑은 아니겠지!) 마지막 사건에서 운명을 실제로 바꾼 것은 무엇인가. 큰 악 앞에서도 인간 본연의 감정과 꿈을 잊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결말 짓기인가.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지만 중간중간 문장이 엉성함도 눈에 띈다. '외과 수술로 감정을 제거한 것처런 무표정했다' 같은 낡은 비유, 거대한 음모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혀 어울리지 않게 '스위스 시계처럼 일말의 오차도 없었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어색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쭉쭉 읽어나간 책이었다.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책이다. 스케일이 크고 빠른 전개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작가의 이름, 장용민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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