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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이원석 지음/유유



은 훼이크고, 의식의 흐름으로 썼다. 일기를 쓰다가 푸념을 쓰다가 대충 책 이야기로 끝이 났다. 내 안의 잉여력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이 책에 대한 좋은 글은 다른 곳에 많으니 그곳으로 가시면 된다.




여태껏 책을 읽고 어떤 형태로든 감상을 적어왔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발췌문으로 가득해 겉으로는 참 멋있어 보이지만 - 작가의 문장이기 때문에 정제되고 깊은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다 -  실제로 내 생각은 거의 없거나, 아니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재작년에 한참 허세 가득 찬 글쓰기에 취한 동안, 그 허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알라딘에서 몇 번의 이달의 마이리뷰나 마이 페이퍼로 선정해주기도 했다. 그저, 멋있어 보이는 글을 길게만 썼다. 그러면 있어 보이고, 진짜 같으니까.


똑같은 발췌문을 옮겨 적더라도 단순히 멋있는 장식으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뻗어나갈 것인가. 나는 항상 전자였다. 그러면서도 나를 담은 글쓰기를 진득이 바랐다. 바라기만 했고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라면서도 바뀌려고 노력조차 안 했다는 말이냐, 하는 말에 나는, 지금도 잘나 보이는데 뭐하러 칙칙하고 끈적거리는 속마음을 내비쳐 못나 보이는 것도 싫다, 고 답했다.


마음 안이 고통으로 범벅된 지금, 이렇게 힘든 지금이야말로 나를 바꿀 기회라고 생각했다. 전부터 고민이었던 단순한 감상에 그치던 독후 활동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1월부터 서평 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서평에 관한 책을 읽고서도 독후감과 서평은 별 다를 게 없고 비평을 해봐야 뭐가 바뀌겠냐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이왕에 마음먹은 거 대차게 해보자. 끝에 쪽박을 차더라도 이때만큼은 열심히 해보는 거야. 다짐했다.


새해를 맞이해 모두들 신년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3일을 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작심삼일.


나도 다른 사람과 별 다를 건 없었다. 공들여 노력하겠다던 글쓰기 연습은, 일기를 40일 넘게 짤막하게나마 쓰고 있다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과 정성이 점점 줄어간다. 1월이 7할 정도 지난 지금,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독후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줄 평도 남기지 않고 단순한 감상에 별점만 주고 땡. 심지어 서평 수업의 첫 과제는 책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기한을 넘겨버렸다.


아아, 이 구제불능을 어찌할꼬. 올해부터는 새로운 내가 된다고 온라인에 그렇게 홍보해대고 실상은 밀린 책을 보며 빨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저 ‘읽기’에만 정신이 팔렸다. 책을 다 읽었으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 행동 없이 그저 다음 책 다음 책, 다독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헬렐레거린다. 다독도 나름이지, 남은 게 하나 없는, 무의미한 행동들. 몇 년 전에는 책을 많이 읽으면 무의식에 암묵지가 생기리라 믿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다.


독서는 독후 활동을 위한 단순한 수단일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독후 활동은 독후감 쓰기로 계속 해왔는데 심화된 과정으로서 서평을 연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독후감과 서평은 단어에서 풍기는 냄새부터 뭔가 다르다. 전자가 주관적 감상 위주라면 후자는 객관적인 비평이 중심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실질적으로 서평 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선호하는 출판사인 ‘유유’에서 작년 12월에 막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한 것을 보았다. 서평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이런 책이 나오다니 참으로 행운이었다. 굿즈(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책을 잔뜩 사면서 이 책도 함께 주문했다.


제목이 서평 쓰는 법이라고 해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팁을 전수해주는 줄 알았건만, 그런 면에서는 말짱 꽝이다. 책을 읽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김민영, 황선애 공저의 <서평 글쓰기 특강>이 실용서적에 가깝다면 <서평 쓰는 법>은 ‘서평 쓰기’에 대한 전체적인 안내서다. 서평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목적, 전개, 요소, 방법 등 서평 자체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천천히 읽기를 강조한다. 직전에 읽은 윤성근의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에서는 저자의 속독법에 대한 꼭지와는 정반대다. 그런 면에서 김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평하는 상반된 의견을 접할 수 있다. 한 권을 읽어도 깊게 읽어야 한다는 주장과, 많이 읽다 보면 그 가운데서 나름의 사유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도 상반된 의견이 있다. 지대넓얕은 제목 그대로 얕더라도 넓은 지식을 갖추자고 말하지만 <서평 쓰는 법>은 폭보다는 깊이의 독서를 권한다.


다만, 이 세 권의 책과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까지 모두 맥락에 의한 독서를 권한다.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는 문사철 독서를 통해 문학 작품이 쓰인 시대의 역사와 당시의 철학까지 공부하라고 말한다. <지대넓얕>은 수없이 넓은 지식의 세계를 몇 가닥의 맥락으로 구분해 세계를 조금은 단순히 파악하는 연습을 말한다. 피에르 바야르의 책은 맥락을 읽어내는 일종의 교양을 위한 독서와 공부에 대한 책이다. <서평 쓰는 법>도 책의 맥락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훌륭한 저작은 성실한 독자의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남긴다.(146쪽) 이 문구 그대로 <서평 쓰는 법>에 적용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이란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배운 느낌표와, 그렇다면 대체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물음표가 머리에 마구 맴돈다. 좋은 서평을 쓰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실용적인 팁은 부족하지만 뒤표지에 쓰인 말대로 본질부터 기술까지, 서평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양이 적어 실질적인 예시가 적지만 충분히 깨우침을 주는 책이었다.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이 많다. 다시 읽어야겠다.


다음 주 제주도로 힐링 여행을 떠난다. 며칠은 책을 읽을 예정이어서 어떤 책을 가져갈까 생각했는데 <서평 쓰는 법>이 추천해준 서평집이나 몇 권 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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