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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팬이다. 오래된 팬은 아니고 그가 주인장으로 있는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종종 듣는 정도다. 단순히 영화 평론가로만 알았는데 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했다. 집에만 1만 7천 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고작 삼사백 권을 가진 나로서는 그의 서재 크기를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순전히 이동진이라는 이름 하나로 골랐다. 평소에 이동진이 즐기는 독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해, 책읽기에 약간 부담을 가진 나로서 약간 도움받을 요량으로 책을 폈다.

책은 크게 세 파트이다. 이동진이 말하는 자신의 독서법, 이동진과 이다혜의 인터뷰형식의 글, 이동진이 추천하는 50권의 책.

이동진이 소개하는 독서법은 아쉽게도 다른 독서법을 다룬 책과 별 다를 게 없다. 자기계발서 말고 문학 읽기의 중요성, 특별한 목적 없이 책을 즐기는 태도를 지녀라, 속독에 파묻혀 많이 읽기만을 추구하지 마라, 책에 낙서해도 좋고 찢어도 좋다, 한번에 많은 책을 읽어봐라, 책이 재미없으면 덮어도 좋다,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려라, 하지만 때로는 도전도 필요한 법이다...

사실 이 책의 1장은 내게 거의 무의미하다. 읽으라는 좋은 책은 안 읽고 독서법 책을 잔뜩 읽은 내게 이 내용은, 목차만 봐도 내용에 감이 오는 정도다. 물론 평소에 이동진의 글이나 말을 들어와서 그의 속내(?)를 미리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책을 고를 때 써먹을 만한 하나의 팁을 배웠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가장 힘이 떨어지는 부분이 2/3 지점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부분을 펼쳐서 재밌으면 그 책은 자신에게 맞는 책이다. 그러나 서점에서 이 방법으로 책을 뒤져봤지만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분간이 힘들었다. 이동진의 팁이기에 어느정도 독서력을 갖춰야 힘을 발휘하나보다.

오히려 2장의 내용이 깊이 있고 새롭다. 이동진과 이다혜가 대담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어렸을 때 책을 접하면서 독서를 이어오는 그만의 역사, 독서법 외의 책에 대한 이야기, 책 읽기 습관, 읽기와 쓰기를 이야기한다. 1장이 전자가 대중을 향한 강연이라면 후자는 친구와 나누는 수다라고 할까나. 빨간 책방 애청자이기에 인터뷰가 육성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2장의 내용 중 책 고르기와 서평을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한 해에 출간되는 수많은 책 중에 읽을만한 것이 적어도 1천 권은 될테다. 하지만 시간과 능력이 모자라니 1천 권 책을 모두 읽을 수 없다. 여기서 어떤 책을 고르느냐는(이동진은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다룬다'고 표현했지만 독자로서 나와 이동진은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고른다'고 쓴다) 그 사람의 선택이다. 베스트셀러 1위가 아니라 주목받지 못한 좋은 책을 고르는 것 자체가 서평가로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책을 고르는 편이 많은데 나만의 책 선택 기준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 쓰기도 말한다. 서평에서 줄거리 요약은 매우 중요하다. 요약은 단순히 책에서 언급된 이야기를 압축하는 일이 아니다. 이야기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하나의 관점으로 취하는 행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나도 물론이다) 줄거리는 보도자료나 출판사 책 소개 같은 것을 대충 베껴놓고 글 뒷부분에 자신이 의견을 살짝 첨가한다. 이동진은 줄거리를 재구축하는 방식이 비평으로 들어가는 첫 단계라고 말한다.

마지막 세번째 장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 500권의 목록이다. 이미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책은 빼고 한국 문학은 1980년, 외국 문학은 1960년 이후에 발표된 작품으로 골랐다고 한다. 13가지의 주제, 문제의식으로 나눴다. 저자는 이미 목록에 파묻힌 독서는 피하라고 말했으니, 3장의 목록은 참고용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독서법 책을 읽고나면 항상 이런 고민이 든다. 책 읽기의 방법론에 매몰되지 않고 책을 재밌고 사랑스럽게 생각하려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책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로 바꾸어서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자기계발식의 거창한 성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순수하게 즐기는 태도가 독서를 대하는 태도의 가장 기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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