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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읽기 전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수업이 되뇌면서도 쉽게 펴지 못했던 책이었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어서 겨우 펼 수 있었다. 읽을 책이 잔뜩 있어 모임 사흘 전에 겨우 폈는데 웬걸, 자정에 읽기 시작해 책을 덮지 못하고 한번에 다 읽었다.

소설 형식. 책을 다 읽는 데 두 시간 정도가 걸렸을 정도로 읽기가 쉽다. 소설 특유의 현학적인 내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묘사, 상징이 없다. 그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때로는 구체적인 숫자와 통계를 언급하기도 한다. 숫자와 통계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르포 소설이나 증언문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법하다.

내용. 책은 82년생 김지영이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풀어썼다. 몇 남자들은 이 책을 읽고 여자가 겪은 많은 일을 처음 알고 놀랐다고 한다. 나는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내용이어서 새삼 새로운 건 없었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된 에피소드를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모순적인 인간이 된다. 경험하는 것고 단순히 아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로서 내가 결코 겪지 않을 일을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순간, 사회 안에서 사는 시민이 아니라 바깥에서 사회현상을 조사하고 공부하는 학자의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객관이라는 푯말을 내세우기만 할 것인가?

책에서는 여자가 사회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하나도 묘사하지 않고(없을리가 없다) 나쁜 점만 나열한다. 혹자는 편향적인 내용만 가득하다면서 편견과 고집이 가득한 글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건 작가가 노린 점일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메세지를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다. 주제가 현실 여성이 느끼는 나쁜 점인데 당연히 편향적이어야지. 그렇게 따지면 아버지를 다룬 많은 소설들은 더 편향적이다.(아버지를 그따위 이미지로밖에 소비한 행태는 나쁘다기보다 슬픈 현상이다)

결말. 이 책의 결말은 아주 참담하다. 김지영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이야기로 끝맺음 된다. 여성이 받는 사회의 부당함을 잘 안다고 자신을 설명하지만 같이 근무하는 여성 상담사가 임신 때문에 잠시 일을 쉰다고 하자,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결말은, 머리로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을 바꾸려하지 않고 안주하는 ‘나 같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그린 것이리라. 그래,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지만 현실을 바꾸기에는 힘드니까 그냥 이렇게 살자.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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