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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인공 진희가 왜 그런 어른이 되었는지, 어릴 적의 진희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보다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서 좋았다.


진희는 어린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 똑똑하고 남(특히 장군이... 불쌍한 우리 장군이)를 이용할 줄 안다. 특히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이모(영옥)과는 반대다. 진희와 영옥은 거울에 비친 것마냥 정반대의 인물이다. 영옥은 진희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으면서 때로는 진희보다 어린 듯한 느낌을 준다. 엄마(진희의 할머니)에게 자주 어리광피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철없는 행동을 많이 하지만 자기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진희보다 정감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희가 허석을 대하며 허둥대는 모습은 소설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진희의 부끄러운(?) 장면이기에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영옥은 이형렬과의 이별, 경자의 죽음을 겪으면서 한단계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편 아쉬운 마음도 든다.


90년대에 쓰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여자 팔자가 아주 난리났다. 진희의 삼촌은 소설 내에서 얼마 등장하지도 않는데 할머니는 자나깨나 아들 생각뿐이다. 광진테라 아줌마는 아주 못돼처먹은데다 한량노릇 하는 남편을 제발로 떠났음에도, 자식 생각과 남편이 보인 잠깐의 호의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만다. 과거의 시대풍토가 그랬음에 어쩔 수 없는 인물과 묘사여서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소설 마지막에 뜬금없이 등장한 아버지는 겨우 두 쪽의 비중이지만 진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셈이다. 이런 시간과 공간에서 자란 진희가 나이를 먹고 남성편력을 가진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소설을 다 읽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라온 내 어린 시절을 대입해본다. 내가 진희처럼 빨리 성숙했다면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회상할까? 그 과거를 토대로 나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됐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 어머니의 죽음, 어른들의 비밀과 부정,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까지, 소설이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는 분명 일반적이지만 독자 개개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모두들 다른 기억을 가지고 소회도 다르겠지. 문학이 주는 힘이다. 여러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나저나, 제목은 왜 새의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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