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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417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 박준 (문학동네, 2012) 그렇게 인기가 많아서 30쇄를 넘게 찍은 시집인데, 여전히 나는 이해하지 못한 글들만 잔뜩이다. 머리와 가슴에 들어오지 않아도 역시 계속 읽어나가야만 뭐든 되겠지. 생소한 표현과 연결되지 않는 개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무딘 감성으로 꾸역꾸역 읽어내고 있다. 혹자는 박준 시인의 실제 모습과 시집의 괴리가 너무 커서 싫다고 했다. 유행에 편승하고 오글거리는 감성에 올라탄 글이라는 혹평은 덤. 작가가 작품을 쓸 때의 자아는 생활의 자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그가 느낀 괴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달달함보다 헤어짐 뒤에 느껴지는, 과거의 행복과 대비되는 쓸쓸함, 후회, 슬픔,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내는 모습… 글쎄, 난 이 시집에서 오글거리는 감성 따위2 느낄 새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 2022. 12. 8.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영민 (사회평론, 2022) 1. 한 고전 게임의 엔딩이 생각난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챔피언에 오른 권투선수는,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목표를 잃었다. 목표가 사라진 주인공은 결국 ‘허무’를 느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결국 챔피언은 권총 자살을 한다. 2. 허무란 무엇인가. 구글 검색을 해봤다. - 아무것도 없고 텅 빈 것. - 세상의 진리나 가치, 또는 인간 존재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한 상태. 예전에는 첫번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현재 우리에게는 오로지 두번째로만 다가온다. 분명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텅 빈 느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구멍은 한없이 커져만간다. 종종 느껴지는 서늘함. 잊으려 할수록 커지는 마음. 우리는 분명히 허무한 세상에 살고 있다. 3. 아무것.. 2022. 12. 5.
하얼빈 - 김훈 (문학동네, 2022) 출간하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김훈, 안중근 - 이 두 이름에 눌려 이제야 폈다. 역사의 무거운 이야기인만큼 마음이 어둑해지는 걸 막으려고 짧게 끊어서 읽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 책은 일제 치하,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이야기다. 역사는 다들 알테고, 결말은 바뀌지 않으니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을 몇가지 남긴다. 정리가 안된 거친 스케치다. 1. 온통 무미건조함 김훈의 문체는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역시 그러하다. 실제로 하얼빈의 추운 기후가 느껴질 정도다. 무거운 역사이기에 더욱 그렇게 쓴 걸까 생각될 정도다. 문장과 인물 모두 과장이 없고 담담하다. 인물 간 대화만 보면 이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모든 인물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은 .. 2022. 12. 1.
[월간 헌이책장📚] 2022년 11월 🍁 전달에 아픈 몸이 차차 낫다가 이번달에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었으나 머리에 남는 건 없었다. 결국 한두 줄 느낌만 남겨놓은 독서노트도 엉망이다. 힘겹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읽었으니까, 기록을 남겨둔다. 다정소감(양장본 Hardcover)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다정소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작가의 문장은 그래서 유난히 반짝인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실낱같은 ..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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