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하다1 [단어사전] 번하다 여자는 거실 창가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셨다. 찻잔에 입바람을 불때마다 어둠이, 여자의 등 뒤에 부리를 둔 어슴푸레한 기운이 소매에 앉은 분필 가루처럼 조금씩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창은 번했다. 사택 앞마당에 선 가로등 불빛 주변에 성긴 눈발이 나부꼈다. 학교 운동장이며 민가 지붕들이 윤곽을 지우며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만원이 그려놓은 밤처럼 풍경은 비현실적을 보였다. 두렵지만 않다면 그녀는 이런 비현실감도 좋았다. 그녀는 국화차를 한 모금 천천히 넘겼다. 차는 혀끝에서 식으며 생콩처럼 비릿했다. 차를 마신 것은 산책 전에 물을 마셔두는 오랜 습관이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그녀는 날이 더 밝기를 기다리며 지난밤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찬장에서 발견한 국화차를 우렸다. 지난가을에 절에서 얻은 차였다.. 2011. 11. 2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