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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책 이야기

한겨레가 뽑은 2013년 '올해의 책'

by 양손잡이™ 2013. 12. 17.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특집 기사가 쏟아지는군요.

특히 눈에 띄는 건 역시 한겨레 책 기사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책 관련 기사는 한겨레가 괜찮거든요.

한겨레 문화부 책지성팀과 출판평론가 한기호·장동석, 서평꾼 로쟈,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씨와 함께,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와 삶의 새 지도를 그릴 힘을 건넨 책 스무 권(국내서와 번역서 각 10권씩)을 꼽았습니다.

대부분 들어본 책인데 실제로 읽은 건 한 권밖에 없네요 ^^;

뭔가 씁쓸~한 기분!

기사 링크와 전문(텍스트만 뽑음)을 소개합니다.





  •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5498.html



  • 기사 전문(텍스트)


한 주를 여는 생각

  한 나라의 밑천을 보여주는 것은, 스마트폰과 인터넷망이 책 읽던 독자의 손가락을 접수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책이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민주주의란 완성태가 아님을, 또 힘겹게 획득한 권리조차 언제든 퇴행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배운다. 더 나은 사회와 삶을 사유하며 이 시대를 헤쳐갈 밑천 또한 책에서 얻는다. 2013년 쏟아진 책 가운데 <한겨레>가 그 힘을 품은 ‘올해의 책’ 스무 권을 골랐다.

  올 한해 대중 독자층을 달군 코드는 감정과 인생, 상담이었으니, 인생사와 동서 사상을 넘나들며 곧장 꿰뚫는 두 사람, 법륜의 <인생수업>과 강신주씨의 <다상담>이 이에 호응했다. 극단적인 정적 숙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을 주시하는 이들이라면 <극장국가 북한>을 읽어야 할 것이다. 지은이는 ‘선군 사회주의 혁명정치’ 세력이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고자 만든 체제를 ‘극장국가’라 명명하고, 이런 국가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한국 탈핵>은 한국의 핵사고 위험도가 세계 1위라면서 핵 에너지 정책 폐기를 역설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는 ‘1 대 99’의 사회로 전락한 미국 현실을 짚으면서 이런 불평등이 민주주의·정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경제 성장까지 막고 있다고 통박한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부수적 피해>를 비롯한 여러 책으로 한국 독자와 만난 지그문트 바우만은 오늘 대부분 국가가 시행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막는 맹점을 비판한다. “시민들이 공개로 반대 의사를 드러낼 수단을 제공하고, 그 체제의 영역에서 벗어날 권리를 주는 것, 그것이 한 체제가 민주주의 자격을 갖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자아를 찾아 나선 소통의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와 스마트폰, 그리고 박근혜 정부 1년이 출판계에 안긴 숙제는 ‘점점 책을 안 읽는 한국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짙은 출판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1 대 99’로 뾰족하게 양극화되는 시대의 팍팍한 공기 속에서도, 동시대인과 소통하고 삶과 정치, 사회의 대안과 방향을 모색하고 안내하는 양서들이 독자를 만났다. 현실의 역사 진행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새로운 사회와 삶을 사유하며 이 시대를 헤쳐갈 힘을 우리는 책에서 얻는다. <한겨레> 문화부 책지성팀 기자들이 출판평론가 한기호·장동석, 서평꾼 로쟈,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씨와 함께,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와 삶의 새 지도를 그릴 힘을 건넨 책 스무 권을 골랐다. 국내서와 번역서 각 10권씩, 2013년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이다.

허미경 책지성팀장 carmen@hani.co.kr



사랑이란 보답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한겨레출판 

1만3000원

  <높고 푸른 사다리>는 공지영씨가 <도가니>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신앙과 세속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수사 정요한을 주인공 삼아 종교와 현실, 죽음과 구원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하느님 대체 왜?’라는, 요한이 수시로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랑이란 모든 보답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일 텐데 이것은 그 자신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작가의 오랜 인간적·신앙적 고민의 결산으로 읽힌다. 한편 6·25전쟁 당시 흥남에서 피난민 1만4천명을 태우고 거제까지 무사히 실어 나른 미국 화물선 선장 마리너스 수사의 실제 이야기는 이 소설에 역사적 맥락과 무게를 더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강신주의 ‘일하는 노예들을 위한 삶의 지침’

강신주의 다상담 1·2 

강신주 지음/동녘 

각 권 1만3500원 

  동서 철학을 넘나들며 ‘지금, 나’에게 현실의 화두를 던지는 솜씨. 이것이 철학자 강신주씨가 인기 저술가로 일군의 독자층을 거느리는 밑심이다. 또다른 인기 저술가 법륜이 즉문즉설로 독자와 만나는 것처럼 그 역시 상담을 겸한 독자와의 ‘다상담’ 강연을 줄곧 이어오고 있다. 강연을 푼 책은 1권이 ‘사랑·몸·고독’, 2권이 ‘일·정치·쫄지 마’다. 그의 상담은 곁가지가 없다. 일을 하지 않는 건 남의 것을 빼앗는 짓이며, 회사에 고용돼 일하는 이들에겐 자신이 노예라는 자각을 해야 한다고 직언한다. 그러니 가능한 한 게으르게 일하고 그 에너지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쓰라고, 사랑하려면 그냥 온몸을 던지라고 한다.

허미경 기자



한국이 핵 에너지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

한국 탈핵 

김익중 지음/한티재 

1만5000원

  원전에 관한 기사를 쓰던 기자들이 무릎을 쳤다. 이렇게 명쾌하고 쉽게 원자력 관련 용어부터 에너지 산업의 미래까지 설명한 책이 나오다니! 지난 11월 대구에 있는 작은 출판사 한티재가 경주에 사는 의대 교수이자 반핵운동가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의 책을 냈을 때 1쇄는 1000부를 찍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부터 서울시 환경정책과, 한국수력원자력까지 단체 구매에 나서면서 이 책은 출간 한달 만에 3쇄를 찍었다. ‘원자력발전’이란 용어부터 ‘핵발전’으로 바꿔야 한다며 한국의 핵 사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 책은 책의 부제처럼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질곡의 시대 증언한 통렬한 사회비평

이오덕 일기 1~5 

이오덕 지음/양철북 

각 권 1만4000원

  이오덕(1925~2003) 선생 10주기를 맞아,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 42년간 썼던 일기를 다섯권으로 간추린 <이오덕 일기>는 그의 삶과 사상의 형성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교육운동가, 어린이문학가,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가, 자연생태주의자 이오덕이 남긴 70여권의 책이 모두 여기서 발원했다. “제 한 몸 편하면 그만인 교사, 돈에 눈먼 교장, 군대식 행정, 독재정치, 그 모든 추한 것들에 대한 저항의 기록이며, 캄캄한 절망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나아간 이오덕 자신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 교육의 역사”라고 한 탁동철 청호초등 교사의 말이 와 닿는다.

한승동 기자



식민사관 뒤집기와 조선사 다시 보기

나의 한국사 공부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너머북스·2만3000원

  미야지마 히로시(65)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가 이 책에서 일본 봉건제론의 허구성을 재확인한 것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일본 봉건제론이 러일전쟁 승리 뒤 일본이 유럽과의 역사적 동질성을 주장하기 위해 ‘발견’한 것이라는 그의 연구는 유럽 중심의 단선적인 역사 발전론에 대한 부정이며 거기에 편승해 제국주의 침탈을 정당화한 일본 근대사학의 부정이다. 그는 10세기 송대 이후 등장한 중국·조선의 시장체제와 중앙집권·비신분제적 소농사회야말로 서양보다 훨씬 앞서 근대를 선취한 것이었다며, 18세기 이후에야 이를 따라잡은 유럽과 일본 선진론의 근저를 허물어버린다.

한승동 기자



내일 말고 오늘 행복하라는 법륜의 죽비

인생 수업 

법륜 지음 

휴·1만3000원

  법륜의 저력은 사회와 정치, 종교, 인생사에 두루 화통하여 사물을 꿰뚫는 데 있다. 즉문즉설을 통해 전국의 다양한 독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상담을 나누는 데서도 그 힘은 나온다. 그의 간명한 메시지는 지금 당장,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설파한다. 재물, 명예, 출세, 자식 문제, 시들해지는 부부·친구관계 같은 삶의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갈 길을 묻는 이들에게 법륜은 말한다. 제 욕망, 욕구의 기준치를 낮추라.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 오늘 행복할 길이 보인다. 어쩌면 인생의 고통에 대한 그의 즉설은 삶의 쓸쓸함에 대한 직시, 혹은 그 쓸쓸함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로도 읽힌다.

허미경 기자



평론가 황현산을 ‘스타’로 만든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난다 

1만3000원

  평론과 번역을 본업이라 여기는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올해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문 칼럼이 주가 된 이 책에 후배 문인들과 독자들은 열광했다. 현실을 보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그것을 풀어내는 정확하고도 미려한 문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문장들이다. “예술은 왕성했던 생명과 순결했던 마음을, 좌절과 패배와 분노의 감정을, 마음이 고양된 순간에 품었던 희망을, 내내 기억하고 현재의 순간에 용솟음쳐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다.”

최재봉 기자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과거 기억과의 투쟁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김동춘 지음/사계절 

2만5000원

  한국전쟁을 전후해 군경과 우익단체 등이 자행한, 그러나 대부분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날조된 수많은 민간인 학살사건 진상 규명 활동 내용을 담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009년 말까지 10여년간 정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4년), 연구자, 사회운동가로 일했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정리한 일종의 활동 보고서다. 청산되지 못한 식민주의·반공주의 그늘 아래 수십만 학살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거기에는 기억 은폐·날조가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왜곡된 기억과의 전쟁 없이는 진정한 화해도 제대로 된 미래 공동체도 없다고 김 교수는 역설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만화로 되살린 조선왕조 읽기의 매력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0 

박시백 지음/휴머니스트 

22만9000원

  800명이 넘는 조선왕조의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역사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10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7월 20권을 내면서 완간됐다. 박시백 화백이 직접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연구해 변방의 세력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까지를 다룬 1편 <개국>부터 고종·순종의 <망국> 편까지 그려냈다.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도 뒤집어 해석할 만큼 꼼꼼한 문헌 연구와 인물 분석이 강점이다. 만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아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출판사는 “완간 뒤 5개월 동안 50만부가 팔려 지난 10년 동안 모두 110만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성공이 곧 실패의 원인이 된 극장국가 북한

극장국가 북한 

권헌익·정병호 지음 

창비·2만원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창출된 독특한 체제 ‘극장국가’ 북한의 실태와 내부 메커니즘, 역사적 유래를 정교하게 추적하면서 그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각각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권헌익·정병호씨가 쓴 이 책은, 극장국가 만들기에 성공함으로써 북은 세습체제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으나 바로 그 성공 탓에 오히려 총체적 실패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책은 “북한의 역사는 국민(인민)의 역사를 가장해 사회에 강요한 국가의 역사에 불과하다”며 극장국가의 환상을 깨버리고 “그 파편 속에서 진정한 북한혁명의 보물을 회복하라”고 주문한다.

한승동 기자




울퉁불퉁한 세상의 대안을 만나다


‘감정노동’에서 ‘아웃소싱 자본주의’로

나를 빌려드립니다 

알리 러셀 혹실드 지음 

류현 옮김/이매진·2만원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에 쓴 <감정노동>이 2009년에야 국내 출간된 데 비해 그의 지난해 저술인 <나를 빌려드립니다>(The Outsourced Self)는 바로 올해 한국판으로 볼 수 있었다. ‘감정 사회학’의 창시자인 지은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감정’을 포착해낸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 ‘감정의 시장화’로 논의를 진전시켰다. 자기 사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브 코치, 웨딩 플래너, 대리모, 이주노동자 유모 등에게 돈을 지불하고 친구 대신 상담 치료사, 가족 대신 노인 돌보미와 장례 회사를 찾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지금 ‘당연한’ 지식이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 오철우 옮김 

동아시아·2만7000원

  지은이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경제학자인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씨의 동생이라는 점, 영미권 학계의 권위있는 상을 두개나 수상했다는 점 등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책인데, 정작 번역은 2004년 영국에서 출판된 지 10년 가까이 돼서야 나왔다.

지은이는 “온도계를 시험해 보려면 온도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온도계 없이 온도를 어떻게 안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의문으로 책을 연 뒤, 다양한 ‘온도’ 개념의 경합과 측정방법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많은 단순지식이 실제로는 혁신적 사고, 각고의 실험, 심각한 논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결론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일베’와 닮은꼴인 일본 ‘넷우익’의 정체

거리로 나온 넷우익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후마니타스·1만5000원

  “바퀴벌레 조선인, 구더기 조선인은 반도로 돌아가라!”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을 비롯한 일본의 신우익 젊은이들이 대규모 거리시위까지 벌이는 전례없는 현상이 최근 일본에서 확산됐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은 비슷한 시기에 이 땅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막말에 가까운 색깔공세와 지역감정을 배설하며 세를 확장한 ‘일베’ 현상과도 맞물려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 일본 재특회에 대한 현장취재 르포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프리랜서 기자 야스다 고이치는 그 주역들, 일본 사회가 낳은 모순투성이의 ‘괴물’들을 대면취재하면서 그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한승동 기자



이 시대 돈의 철학을 묻는다

돈의 철학 

게오르크 지멜 지음 

김덕영 옮김 

길·5만5000원

  1983년 영어를 거친 중역본으로 처음 국내 출판된 뒤 30년 만에 독일어 원본의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중역본마저 절판된 상태라, 많은 연구자들과 독자들이 기다리던 책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1858~1918)의 대표작으로, 화폐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정신과 문화 등에 끼친 영향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는 대작이다. 일종의 ‘돈에 대한 철학적·미학적 연구서’라고 볼 수 있는데, 100년 전 책이지만 지금도 유용한 통찰을 담고 있다. 사회학자 김덕영씨가 번역을 맡았고, 단행본 한권 분량의 역주와 해제를 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안선희 기자



중세 먼지 뚫은 ‘유물론’ 근대정신의 밑불로

1417년, 근대의 탄생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까치·2만원

  인문서 저술의 한 전범을 보여주는 책. 1417년 1월 이탈리아의 책사냥꾼이 고대 문헌을 찾는 긴 여행 끝에 필사본 한 권을 발견한다. 그 책은 기원전 1세기 로마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쓴 원자론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책사냥꾼의 행적을 숨가삐 좇는 형식을 취하는 이 책은 고대의 유물론적 사유가 중세 기독교 체제의 터널에서 질식당하는가 했더니 다시 살아나는 궤적을 탐구해 그 사상의 계보를 드러낸 역작이다. 미국의 문화이론가인 지은이는 우주는 원자로 이뤄졌으며 여기엔 조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그 사유를 인류가 탐구할 목표로까지 밀고 나간 문화가 근대정신의 시작, 곧 르네상스였다고 말한다.

허미경 기자



‘남성 보편주의’를 깨야 진짜 보편성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외 지음, 강금희 옮김 

이숲·1만8000원

  프랑스의 세 석학이 오늘날 성별 이슈의 여러 논점을 깊숙이 다룬 책이다.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여성에게 강요된 억압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여성 권리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철학적, 정치적 과제까지를 짚었다. 소장 정치학자 니콜 바샤랑이 사학자 미셸 페로, 인류학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철학자 실비안 아가생스키를 각각 만나 대담했다. 아가생스키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하이데거까지 서양 철학이 남성만을 인간 원형으로 보는 남성 중심주의에 바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남성 보편주의를 파기하는 데에서 철학은 시작돼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진사회성’ 진화의 동력은 혈연 아닌 집단선택

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2만2000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정복자>의 원제는 ‘더 소셜 콘퀘스트 오브 어스’(The Social Conquest of Earth)다.

그냥 정복이 아니라 ‘사회적 정복’이다. 고도의 사회성을 가리키는 진사회성의 출현은 유기체의 출현에 비길 만한 사건이다. 몇 종의 곤충, 그리고 영장류 중엔 인간만이 그 벽을 넘었다. 진사회성은 왜 출현했으며 그토록 드물게 등장했는가?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 답이 바로 이 책이다. 윌슨은 ‘혈연선택이냐 집단선택이냐’의 논쟁에서 40여년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집단선택 쪽 손을 든다. 이 방향 전환이 이 책 핵심개념의 하나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우유도 안먹던 비건이 왜 채식주의를 버렸나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1만5000원

  우유·달걀까지 거부하는 철저한 골수 채식주의자 비건(vegan). 20년 가까이 비건으로 살아온 여성이 어느 날 채식주의를 버렸다. <채식의 배신>은 ‘개종’ 이유와 그 과학적·철학적 근거를 체험적 사실들을 토대로 설파한다. 지은이는 채식주의도 다른 생명체들을 죽이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 농업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 당분·전분 위주 섭식의 영양학적 결함 등을 개종 이유로 든다. 대안은? 인간도 원환적 생명체 순환의 한 고리라는 인식 전환을 전제로 하여, 1년생 초본 단일경작이 아닌 다년생 초본 혼작을 통해 흙을 되살리고, 인구를 줄이자고 제안한다.

한승동 기자



‘경제 민주화’는 전세계의 화두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2만5000원

  2012년 ‘점령하라 운동’에서 볼 수 있듯, 경제 민주화는 한국만의 화두가 아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책에서 미국이 ‘1%의, 1%를 위한, 1%의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못한다. 상위 1%가 부를 싹쓸이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가면서, 민주주의와 정의라는 가치가 훼손되고 있을뿐더러, 경제성장 자체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1%를 위한 경제정책’과 ‘99%를 위한 경제정책’은 명확히 다르다며 ‘낙수효과’ 따위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라고 강조한다. 경제 민주화 대선공약이 사기극으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독자들의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안선희 기자



홀로코스트를 배태한 현대성에 대한 통찰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새물결·3만5000원

  폴란드 태생의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이 올 들어 붐을 이뤘다. 그의 책은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집필된다는 점, 무엇보다도 오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떠도는 현대인들에게 ‘유동성’, ‘고독’ 같은 대중적이고 호소력 있는 개념으로 현대 사회의 속성과 삶의 양태를 진단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올 7월 나온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는 1989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홀로코스트(인종 학살)를 배태한 것은 어떤 전체주의 사회라기보다는 바로 현대성이며, 문명이 고도화되어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사회가 타자 학살을 실행시켰다고 통박한다. 이런 악의 평범성을 망각하는 한, 학살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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