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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by 양손잡이™ 2014. 9. 24.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시간은 흐르지만 모모는 자기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모모는 주변을 보며 앞으로의 생을 상상한다. 생이 나를 지나치고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로자 아줌마처럼 반쯤 미쳐있을까? 카츠 선생님처럼 자신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남을 돌봐주는 어른이 될까? 평온하게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하밀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떨까? 거울 앞에 서서 아무리 얼굴을 찡그리고 허리를 수그려 봐도 도무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다소 현명해진다는 얘기와 같다. 오랜 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때 자신의 앞에 펼쳐진 시간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이 짓밟고 간 자리는 어떠했는가. 삶의 기쁨과 환희가 아직도 남아 있는가? 모모가 가장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는 처녀 적부터 다 늙어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과거의 기억에 붙들려 괴롭게 산다. 


  모모는 더빙 NG 때문에 앞으로 되돌리는 영화를 보고는, 로자 아줌마의 아름다웠던 때를 떠올린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로자 아줌마가 비극을 맞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다먼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하지만 그건 그저 영화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 젊어지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지금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 시간이 흐른다는 건 완전 검지도 희지도 않은 일이다. 흰색은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다. '앞'이란 단어는 '앞에 펼쳐진'이란 미래와 '앞에 있었던'이란 과거의, 이중적인 의미를 품는다. 하지만 그 의미가 어떠하든, 무엇보다도, 또 언제든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모모는 알고 말았다. 슬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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