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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1년 5월 20일 금요일 잡담 - 의식을 바꾸자

by 양손잡이™ 2011. 5. 21.
  북한 사회의 이해라는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북한인권 대한 발제에서 발제자는 북한 인권을 위해 대학생들이 힘써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이에 관해 질문이 들어왔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 말을 듣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질문자는 대학생을 뭐라고 생각했을까. 대학생의 능력을 겨우 그 정도로밖에 보지 않았던 걸까? 그냥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봤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아주 우스웠다.
  이 말을 친구에게 들려주었다. 내가 대학생은 지성의 상징 어쩌고 라고 말하자마자 피식 웃는다. 비웃음 같아 얼른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변명했다. 친구의 말을 짧게 옮겨본다.


  교수님도 참 그게 언제 적 말이냐. 지금 토익 점수 따기도 바쁜데. 그때는 그때고. 솔직히 옛날에도 술 마시고 집회하고 데모한 거 말고 뭘 잘했다고 그렇게 뻗대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어,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런데 뭔 상관이야.

  대화를 나누고 참 씁쓸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이 적은 게 떠오르고, 투표가 귀찮다며 가까운 집에도 가지 않은 게 떠오르고, 5·18에 관심이 없는 게 떠오르고, 읽는 책이 인문서가 아니라 토익책이 되었다는 게 떠오르고, 독서에서조차 경제성을 찾는 게 떠오른다. 이미 지성을 잃었다. 다들 취업을 위해 스펙, 스펙만을 외친다. 해당 전문지식이야 늘었겠지. 그럼 뭐하나, 그 전에 시민이 되지 못했는데. 우린 그저 일을 잘하는 사람 되기가 미덕인 사회에 살고 있다. 단순히 일하는 기계가 된다. 그리고 수년이 흘러도 일만 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 위에서가 아니라, 예전처럼 남들 밑에서 말이다.

우리가 정말 봐야하는 책은 무얼까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은 어땠던가. 지성의 상징이었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상징을 앞세우지 않고 몸으로 맞섰다. 대열의 맨 앞에 서서 군사정권에 저항했다. 그들은 정치에 대해 토론했고, 비판했고, 직접 행동했다. 그들의 집회가 단순한 밀회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네처럼 만나서 시답잖은 군대나 여자 얘기를 하던 게 아니었다.

그들은 걷고 있다. 우리는 어딜 걷고 있을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각조차 없다는 거다. 자각이 없다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알 바 아니야, 알아서들 하겠지, 눈앞에 닥친 상황을 당장 회피하고자 등을 돌려버린다. 그렇게 하면 당장 더러운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눈은 괜찮겠지. 하지만 날카로운 창이 그 등을 꿰뚫어버릴지도 모른다. 마구 욕을 해대지만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인 양 입을 막고 눈을 돌려버린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자세도 고압적이다. 왜냐고? 귀찮음과 무관심이 머리 깊숙이 박여있거든.

이러고 앉아있다 (출처 : blog.naver.com/shinsuper)
 

  지금 우리 20대는 어떤 길을 걷고 있나 고민해본다. 그리고 그 중 나는 어떤 대열에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이상이 있어야만 발전이 있는 법이다. 너무 보수적이지 않냐고? 이런 게 보수적이라면 기꺼이 보수파가 되겠다.
  22살의 전태일을 떠올린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간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전태일의 1970년 8월 9일 일기에서 발췌


몸은 태우지 못하더라도 가슴만은 태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독서 기록

 
  없다. 술을 진탕 마시고 와서 하루 종일 상태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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