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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417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을유문화사, 2017) 알쓸신잡에 출현한 유현준 교수의 두번째 책이다. 방송에 얼굴을 비춘 후 워낙 유명해지셨고(나만 몰랐던 분인가?) 책도 많이 팔리고 했으니 별로 읽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선택됐고,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책의 도입부부터 꽤나 도발적이다. 학교와 교도소가 디자인과 기능, 목적이 모두 유사하다는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내고 싶었나 했는데 1장을 읽다보니 또 일정 부분 설득당했다. 전국 8도를 통틀어도 동일한 디자인. 네모난 박스처럼 생긴 건물 외형.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창문. 건물 부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쳐둔 담장. 학생들이 보이는 여러 신체, 정신적 문제는 교도소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재밌는 해석이다. 으레 건축이라 하면 그저 도면과.. 2022. 11. 28.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 해럴드 슈와이저 (돌배게, 2018) 제목을 보자마자 아, 이 책이다! 시인,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인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인이 되는 것일까? 이토록 낭만적인 제목에 빛이 바랜듯한 분홍색 표지는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지만 첫 장을 보자마자 나는 알았지, 이 제목은 사기라는 걸.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친구와 두 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30분 늦으니 잠시만 기다려, 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앙리 베르그송이 어쩌고, 에서 저쩌고, 시몬 베유가 솰라솰라, 아이고 머리 아프다. 책 뒷편의 광고문구는 기다림, 시간의 선율과 공명하는 마음의 산책 -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며 탐색하는 생의 비밀스런 사건 이란다. 심지어 영문 제목은 그냥 이다. 그 어디에도 시인의 ㅅ 자도 보이지 않는다. .. 2022. 11. 2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한겨레출판사, 2018) 때로는 독후감을 쓰기 쉬운 책이 있다. 내용이 너무 엉망이면 실컷 욕을 하고(, 2022. 11. 21.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마음산책, 2018) 한 리뷰어는 이 소설을 읽고 아무 주제도, 의미도 없이 그저 아름다움만 좇아 소설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했다. 엄청난 혹평이다. 하지만 소설의 가치는 다양한 다양하고 종류 또한 여러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인간 본연을 탐구하고(),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그냥 이야기 자체가 끝장나게 재밌는 소설이 있다(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 소설에 이렇게 계보가 많은데 (이하 나는 생각해)는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나는 과감하게 '무용하지만 쓸데없이 섬세해서 아름다워 좋은 소설'류에 두고 싶다. 250쪽의 분량에 판형도 작고 한 쪽에 글자 수도 적다. 그런데 총 8~15쪽으로 쓰인 19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책 자신도 첫 페이지부터 김금희의 '짧은 소설'이라고 명명한다. 아..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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