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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417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휴머니스트, 2021) 1. 읽든 안 읽든, 뭔가를 쓰고 남기는 데에 욕심이 많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대며 기록해보지만, 매번 실패할 따름이다. 내용이나 마음가짐이 아닌, 기록의 수단과 방식에 집중하기 때문일테다. 어떤 필기구가 좋을지, 이 노트 앱이 좋다더라 아니다 저게 좋다더라- 원천적인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쳐박혀 있으니 뭐가 될리가 없지. 2. 메모와 기록은 긴 글보다 부담감이 적다. 내게 긴 글이라고는 1천 자가 겨우 넘는 독서노트뿐이지만. 그나저나 메모와 기록은 뭐가 다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그때 적어둔 메모가 한 알 한 알의 구슬이라면, 기록은 그것을 꿰는 일에 해당하니까요. 낱개의 메모보다는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된 기록을 이어나가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생각의 편린을 짤막하게 남.. 2023. 3. 6.
우리가 나눈 단어들 - 달과돌 (독립출판물, 2018) 요새 자주 가는 독립서점에서 산 독립출판물이다. 와 가 독립출판으로 시작해서 한참 잘 팔린 책이었는데, 혹시 도 똑같은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내가 그 가치를 빨리 알아본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 라는 흑심을 품지는 않았고, 책장에 예쁜 책이 많아서 둘러보다가 표지와 제목이 눈에 띄어 펼쳐보았다. 책은 커플인 남녀 '달'과 '돌'이 같이 썼다. 소설, 카페, 책방, 떡볶이, 사진, 시, 노래방 등 일상에서 별 의미없이 지나보내던 단어를 두고 서로를 떠올리며 써내려간 글이다. 둘 다 국어교육과 출신이어서인지 글을 상당히 잘 쓰는 편이다. 돌(정황상 남자인 듯하다)은 소설까지 쓴다고 한다. 편지처럼 서로 주고 받은 글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쓴 글이어서 상대를 향한 애정이 듬뿍.. 2023. 2. 2.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 문지혁 (다산책방, 2022) 0. 2022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읽고 반했는데, 소설집이 있다는 걸 알고 냉큼 읽었다. 소설집 안의 단편들은 두 가지의 소재로 분류된다. 상실, 그리고 기록. 이번 독서노트는 문장을 길게 늘여놓기보다는 단편이 풍기는 분위기를 짤막하게 메모해본다. 1. 상실. ‘다이버’, ‘폭수’, ‘아일랜드’에서 아주 진하게 느껴지는 상실과 이별의 이야기들. 모두 아버지가 자식을 잃는 이야기다. 상실의 끝에는, 슬픔을 뒤따라 가거나(‘다이버’),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거나(‘폭수’), 슬픔에 동화되어버린다(‘아일랜드’). 소설의 끝에서 인물들은 슬픔을 이겨내는가 싶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두 새드엔딩이다. 2. 기록.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일반소설이.. 2023. 1. 30.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한겨레출판, 2018) 1. 때로는 그런 책이 있다. 어떤 음악도 없이,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카페의 웅성거림이나 화이트 노이즈도 없이, 그냥 텅 빈 공간에 나와 책만 덩그러니 놓여져 묵묵히 읽어내려가고픈 책.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각과 엉덩이에 느껴지는 내 무게,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바닥의 냉기만 고요히 느끼고 싶은 책.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읽다보면 먹먹해져 책을 덮고, 밤에는 괜히 읽기 힘들어 펴지 못하는 책. 오랜만에 그런 책이었다. 2. 내가 상상하지 않았던 삶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것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_67쪽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_77쪽 몇 번씩 자다가 깬다. 그사이에 냇물처럼 꿈들이 지나간다. 깨어나면 이미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꿈들. _135쪽 글..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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