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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태3

아쉬웠던 작품집 - 2011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맨발로 글목을 돌다 -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일주일 동안 죽어라 게임을 한 뒤 이런 폐인스런 생활은 더 이상 못 참겠어! 라며 게임을 지웠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너프되는 패치가 나오는 바람에 화나서 홧김에 게임을 삭제했습니다. 원래 빨리 불타오르고 빨리 식는 저이기에 쉬이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패치 덕분에 그나마 덜 잉여적인 책읽기로 돌아왔습니다. 고마워요 네오플. 너희는 저주 받을 거야. 꼬박 7일을 게임만 하면서 wasd만 신나게 누르다보니 타자도 잘 못 치겠더라고요. 방금 일기를 썼는데 무슨 말을 쓰고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우스를 누르느라 오른손을 하도 써댔더니 손목도 시큼거리고요. 다 좋은데, 다 좋은데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작용이 생겨버렸습니다. 고작 며칠일 뿐인.. 2011. 11. 28.
[단어사전] 오소소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살아왔습니다……. 웬일인지 여자는 그 말에 들린 듯 며칠간 시름겨웠다. 반발하고 부정하고 싶은 가운데도 한편으로 제 마음 공명하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 말에 위무를 받고 있었고 당혹스러웠다. 늙은이는, 혹은 그 세대는 그 말을 허위나 엄살이 아닌,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오 의원들이 하는 말이 진의를 백번 양보한다 해도 죽은 자들을 밑천 삼아 벌이는 말잔치가 아닐가 의심했다. 끔직한 광주도 자신과 같은 입을 통해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죽음 한가운데에서 살아왔다는 이 진실도 매가리도 없는 언사가 천지간에 꽉 찰 것이다. 그녀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 전성태, 「국화를 안고」 오소소 【부사】 ① 깨·좁쌀 따위의 아주 잔 물건이.. 2011. 11. 24.
[단어사전] 번하다 여자는 거실 창가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셨다. 찻잔에 입바람을 불때마다 어둠이, 여자의 등 뒤에 부리를 둔 어슴푸레한 기운이 소매에 앉은 분필 가루처럼 조금씩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창은 번했다. 사택 앞마당에 선 가로등 불빛 주변에 성긴 눈발이 나부꼈다. 학교 운동장이며 민가 지붕들이 윤곽을 지우며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만원이 그려놓은 밤처럼 풍경은 비현실적을 보였다. 두렵지만 않다면 그녀는 이런 비현실감도 좋았다. 그녀는 국화차를 한 모금 천천히 넘겼다. 차는 혀끝에서 식으며 생콩처럼 비릿했다. 차를 마신 것은 산책 전에 물을 마셔두는 오랜 습관이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그녀는 날이 더 밝기를 기다리며 지난밤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찬장에서 발견한 국화차를 우렸다. 지난가을에 절에서 얻은 차였다.. 201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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