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안 읽은 책이 400권 정도 있다. 언젠간 읽겠지, 읽겠지 하면서 쟁여둔 책인데 요새 책 읽는 속도로는 10년이 지나야 다 읽을 양이다. 게다가 올해 초에 빠른 속도로 신간까지 사버렸으니, 10%쯤은 늘어나지 않았을까.
책에 조금 질리고 양보다는 질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인데다가, 수원역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전동킥보드도 수리가 끝난 참이라 읽은 책이나 안 읽은 책이나 구분 없이 팔아버리리라는 다짐을 했다. 민음사나 열린책들, 문학동네 세계문학과 스테디셀러를 제외했다. 책 사진을 촥 보며 절대 안 읽을 것 같은 책- 특히 단순 흥미위주의 소설 위주로 판매 리스트를 정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책마다 언제 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서 왜 샀는지 또렷히 아는 놈들이기에 쉽게 정을 뗄 수 없었다. 결국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책장 네 개는 물론이거니와 미니 착장, 침대 아래 큰 공간, 책상 아래와 창문 아래의 박스까지. 이제 침대에도 한가득 쌓인 책을 보니 기쁜 와중에도 한숨이 푹.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놔둔 게 언제 읽지라는 고민과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나중에 기숙사를 나갈 땐 어쩔 것인가! 400권이 되는 책을 옮기려면 차를 두어 번 몰아야 할 성싶다. 공간 부족을 이겨내고자 전자책으로 잠시 외도했지만 읽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사실 부적응에 대한 변명) 금세 포기했다. (전자책으로 약 200권 정도 가지고 있는 건 비...밀)
여튼, 정을 떼고 책 좀 팔아서 없애버려야겠다. 읽은 책 중에서도 소장가치 있는 것들 말고는 보내고, 소설 인문서 과학서를 가리지 않고 대체 안 읽을 것 같은 책은 바이바이해버려야지. 라고 말하지만 진짜 이놈들을 보낼 자신이 없다. 결정장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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