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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사진 강좌 참석

by 양손잡이™ 2017. 2. 2.

  어제 카메라 카페에서 연결해준 사진강좌에 다녀왔다. 이번 주는 기초반 수업이다. 카메라를 어떻게 다루는지 단순한 기계적 설명이 있었다. 절반 정도는 아는 내용이었고, 나머지는 새로 알았거나 깨달은 것이었다. 사실, 강사 말마따나 요즘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예시 사진까지 들어주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보는 글과 작가에게 직접 듣는 말은 사뭇 다르다.


  강좌를 듣고 몇몇을 깨닫고 반성했다. 되새기는 차원에서 낙서 수준으로 써본다. 초보의 오만일 수도 있겠으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1. 카메라, 렌즈... 장비 욕심

  이날 수강생은 7명.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강사는 수강생 카메라를 본다. 그중에 내 카메라가 가장 크고 비쌌고(혼자 플래그십이었다), 내 렌즈가 가장 크고 비쌌다.(프리미엄 줌렌즈...) 카메라를 들인 시간은 나와 비슷했는데 가볍게 찍을 요량으로 구입한 것 같다. 심지어 필름 시절부터 사진을 찍으신 분도 내 카메라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카메라였다.


  강사는 자기 제자들에게, 처음에는 단렌즈를 가지고 다니라고 말한단다. 많은 사진 관련 책에서도 말한다. 단렌즈는 화면에 뭘 넣고 포기해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지만 줌렌즈는 그렇지 않다. 가만히 서서 손가락만 까딱이면 되기 때문이다. 눈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느껴야 하는데 줌렌즈를 쓰면 작디작은 뷰파인더로만 앞을 본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번들 렌즈를 일정 화각으로만 쓰면서 화각에 적응하는 것이다. 나는 유럽여행에서 표준줌렌즈를 사용했다. 그중 35mm가 가장 재밌고 편한 화각이었다. 35mm 단렌즈를 들이고 재밌게 찍다가, 좋은 기회가 있어 프리미엄 표준줌렌즈를 샀다. 재밌는 건, 결국 쓰는 화각대가 23, 35, 55mm 고정이라는 점이다.


  렌즈가 좋다고 사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직전에 작성한 창덕궁 산책에서 보듯이, 피사체를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담지 않으면 장비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장비에 대한 심한 회한이 든다)



2.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미술을 6개월 공부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시를 6개월 쓰고 글을 잘 쓴다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카메라는 몇번 찍으면 자기가 다 작가인 줄 안단다. 카메라를 잘 조작한다고, 남들 다 찍는 그럴듯한 구도의 사진 몇번 찍고서, 이제 사진은 다 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내 앞에 보는 장면을 담는 것이지,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아니다.


  시를 잘 쓰려면 좋은 시를 많이 읽어 버릇해야 한다. 찍으면 나와서일까, 유독 사진만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어제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냐는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 나뿐만 아닐 것이다. 유명한 사진작가 몇을 대며 아는 척은 할 수 있지만 그건 단순한 허영심일 뿐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이전 작가들의 사진을 보고 느껴야 하는 건 당연한 듯싶다. 또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던가, 작가가 찍은 방식 그대로 연습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프레임에 담는지 고민하는 것도 좋다.



3. 흔들려도 좋아

  찰칵.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확인 차 카메라에서 사진을 봤는데 사진이 흔들렸다. 노출도 맞지 않는다. 이런 사진은 지워버리면 그만이지. 삭제 삭제. 강사는 사진을 절대 지우지 말라고 한다. 흔들린 사진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버스에서 찍었다든지, 너무 맘에 드는 피사체를 만났는데 황급히 찍느라 흔들림을 신경 쓰지 못했다든지, 바람이 심하게 불어 초점이 다 나갔다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셀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사진들을 모두 지울 것인가. 흔들림과 흐트러진 초점은 사진을 담는 그때의 시간과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그런 사진을 찍었다고 절대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시 보기는 단순히 확인 용도로만 쓰면 된다. 맘에 안 들면? 다시 찍으면 되지!



4. 종합 선물세트 같은 사진은 노노

  고궁에 놀러 가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면 어떤 구성일까? 우선 궁 입구를 찍고, 입장권을 찍고, 가는 데마다 웅장한 문을 찍고, 처마 아래에서 본 하늘을 찍을 것이며, 뜬금없이 꽃도 섞여 있을 것이다. 주제가 없다.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도 없다. 딱 앞에서 말한 '창덕궁 산책'이다.(속으로 진짜 쪽팔렸다)


  사진에 스토리와 감정을 담는 법은 다음 주 중급반 수업에서 배울 것이다. 사실 하루짜리 수업을 듣는다고 실력이 늘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한번 배워보는 게 어디야. 다음 주에는 사진학과 3학년 정도 수준의 수업이라고 하신다. 필기구를 꼭 가지고 가야겠다.



* 여태까지 찍은 사진 중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다섯 장을 가지고 오면 사진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이 열 장이라면 개인전을 열 수 있고. 단, 잘 찍은 사진이 아닌 나를 담는 사진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세상을 프레임 안에 잘 버무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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