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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강원국의 글쓰기>와 <쓰기의 말들> - 정통 작법서 vs 글쓰기 에세이

by 양손잡이™ 2022. 10. 6.
강원국의 글쓰기
두 대통령과 기업 리더들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 그리고 소통에 관하여 이야기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를 잇는 강원국의 「글쓰기 3부작」의 결정판 『강원국의 글쓰기』. 28년간 암중모색과 고군분투 과정을 거쳐 얻은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으로,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마음 상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며 글쓰기 기본기는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실제로 글을 어떻게 써야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한 주변 여건과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지 모두 5장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를 통해 결국 남과 다른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어떤 훌륭한 글쓰기 방법보다 내가 나로서 나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저자
강원국
출판
메디치미디어
출판일
2018.06.25
쓰기의 말들
모두가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쓰지는 못한다. 인간을 부품화한 사회 현실에서 납작하게 눌린 개인은 글쓰기를 통한 존재의 펼침을 욕망한다. 그러나 쓰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안 쓰고 안 쓰고 안 쓰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된다. 『쓰기의 말들』은 그들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마중물 같은 책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발굴하는 안목과 낮고 작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으로 자기만의 글쓰기를 선보인 저자가 니체, 조지 오웰부터 신영복, 김훈까지 쓰기에 관한 문장을 간추려 뽑았다. 이성복의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조지 오웰의 ‘언어는 시인과 노동자의 합작품이 되어야 한다.’ 등 글쓰기로 들어가는 104개의 문을 소개한다.
저자
은유
출판
유유
출판일
2017.06.24


* 2018년에 읽고 썼습니다.

적은 분량이라도 꾸준히 쓰던 독후감에 흥미를 잃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저 내 글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독후감 쓰기 시작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면 지칠 만하다. 물론, 해볼 수 있는만큼 노오력하고 한숨 쉬는 게 아니라, 그저 결과가 영 안좋으니 징징거리는 것뿐이지만.

글쓰기가 무섭고 힘들어질 때면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는다. 글쓰기를 정신수양의 한 방법으로 말하는 점은 아쉽지만 어떤 태도로 글쓰기를 받아들이고 행할지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나면 잘 못 써도 우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번에는 두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한권은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이고 다른 하나는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다. 두 권은 방향이 정반대다. 전자가 작법을 모아놓았다면, 후자는 쓰기에 관한 에세이에 가깝다. 강원국 저자의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고 꽤나 실망했다. 제목처럼, 저자가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두 대통령 - 김대중, 노무현 - 이 이야기의 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아니라 두 대통령이 전면에 드러난 것은 책의 저술 방향과는 일치하겠지만, (감히 말해보지만) 내게는 두 분의 추억팔이로 보였다.

그래서 이번 신작 <강원국의 글쓰기>를 더욱 기대했다. 제목부터 대통령이 아닌 작가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가. 온전히 강원국의 이야기가 다뤄지리라 생각하니 더욱 읽고 싶었다.

저자는 작법에 관한 모든 내용을 이 책 안에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작법서를 읽었고 자신의 노하우를 섞어 책 안에 녹였다. 저자의 의도가 명확한만큼 방향성과 내용이 모두 일관적이다. 온갖 작법을 꾹꾹 눌러담았는데

결론은 노-잼. 이 책은 실용서적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글을 워낙 잘 쓰니 예문은 태클 걸 게 없는데, 에피소드들이 왠지 모르게 아재의 향이 솔솔 풍긴다. 저자가 대통령과 기업 회장 아래에서 일해서 그런지 글도 관공서처럼 딱딱하고 어딘가 규정된느낌이다. 사실 이 책은 절만밖에 못 읽은데다가 내 작법, 독법 실력이 미천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작법서로는 안정효 작가의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가 더 재밌다. 단, 두 책은 실용 쓰기와 문학 쓰기라는 점에서 결이 약간 다르다. 반면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은 별 기대없이 폈다가 훅 빠져들었다. 작가를 널리 알린 전작 <글쓰기의 최전선>과 약간 비슷한 책이다. 글쓰기이 방법이 아닌 태도를 강조한다. 전작의 부제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하라'라든가, 이번 책의 부제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처럼 이 책을 읽고나면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런 면에서 앞에서 말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비슷하다.

저자가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각 장마다 소개하는 여러 작가의 '쓰기에 대한 문장'만 읽는 것도 재밌다.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와 비슷한 구성인데, 문장에 이어 이에 관련한 2-4쪽의 짤막한 글이 이어진다. 책 제목이 쓰기의 말들인 것도 이 문장들이 있어서이다. 몇 개만 꼽아보면,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_테드 쿠저

(아 이 얼마나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란 말인가. 엉망이라도 써보자!)


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 _황현산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_이오덕

(뼈때리지 마세요)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_고레에다 히로카즈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무관심과 냉소는 지성의 표시가 아니라 이해력 결핍의 명백한 징후이다. _한나 아렌트



작가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들을 흔들어 놓는 일입니다. _수전 손택

(언젠가는 한나 아랜트와 수전 손택 책을 깊고 자세히 읽어야겠다. 그들의 생각은 정말 매혹적이다)

어째 별로였던 책 이야기가 더 길어졌는데... 기대한만큼 실망도 커서일까. 사실 좋은 이유보다 안 좋은 이유를 찾기가 더 쉬운 법이다. 은유 작가의 책을 읽고서는 글이 쓰고 싶어져 카페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고, 절반 가량 성찰과 생각없는 인용만 하고 무게만 잡았으니, 오호 통재라. 책읽기와 글쓰기가 잘 안풀릴 때마다 이것들에 대한 책을 읽는 나는, 행동하지 않고 남이 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건 아닐까? 이를 통해서 나도 노오력하는 중이라고 착각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힘도 아웃소싱해버리는 이 패기란.


마르크스는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를 읽으면 스스로의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_우치다 타츠루


책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직접 나서야 한다. 하지만 깨닫는다고 되는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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