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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루저들의 반란, the begins - 레벌루션 No. 0 (가네시로 가즈키)

by 양손잡이™ 2011. 10. 12.
레벌루션 No.0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더 좀비스의 데뷔작 <레벌루션 No. 3>를 읽은지 하루만에 편 놈입니다. 물론 이 놈도 하루만에 읽었습니다. 에피소드 세 개로 이루어진 넘버 쓰리와 달리 넘버제로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보통 소설보다 분량이 적습니다. 이야기나 문체도 가벼워 쉬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넘버 제로는 프리퀄입니다. 요즘 프리퀄, 이 단어를 자주 쓰네요. 주제 넘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하여튼 배트맨 더 비긴즈나 엑스맨의 탄생, 큐브 제로, 이런 놈들과 같은 맥락입니다. 더 좀비스는 어떻게 조직됐는가, 그들은 왜 사회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나. 이런 이야기입니다.

  사상 최악의 학교인 이 학교는 어느 해에 200명의 학생을 정원 외로 받지요. 그 이유는 부지와 시설의 확장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당장의 이익만을 좇은 학교는 그 200명을 학교에서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외계인이 납치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자의로 교문을 나가게 말이죠. 그래서 합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합숙 훈련을 실시합니다. 각종 폭력이 난무하고 거기서 좌절감을 느끼게 하여 자퇴를 자발적으로 하게 만드는 거지요.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은 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항과 자유를 위해 합숙소에서 탈출할 생각을 하지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5분 후에 운동장에 집합한다! (중략)"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사루지마의 목소리가 사라진 순간, 방 여기저기에서 "뭔 개소리야!",  "웃기고 있네!" 하는 야유가 터져나왔지만, 동시에 모두들 초특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렇게 길들어 간다.
  그렇다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우리는 한없이 무력하다. (48쪽)


  바로 전의 넘버 쓰리 감상에서도 말했지만, 사회란 시스템은 정말 무섭습니다. 사회도 무섭지만, 그 사회의 규격에 맞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학교 또한 매우 무섭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올바른 인간이 되라고 강요하지만 올바르다는 기준은 결국 기존의 사회의 틀이 만들어낸 정의에 불과하지요. 그런데도 사회에서 탈락하거나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학생들은 그렇게 길들여져 갑니다.

  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밥 딜런, 들어가는 말)


  하지만 루저이자 마이너리티인 그들은 겁내지 않습니다. 밥 딜런의 말마따나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게 없는 거지요. 못 가진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지 않고 무한한 성장으로 보는 것이지요.

  돌아보지 마!
  되찾아! (131쪽)


  K조 12명 중 어쩔 수 없이 다섯 명만이 합숙소를 탈출합니다. 그런 그들 뒤로 남은 인원들은 돌아보지 말고 뛰라고 하지요. 그리고, 되찾으랍니다. 무엇을? 그들은 도둑에게 돈이나 옷을 갈취당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갈망했던 것은 합숙소에서 나가고자 하는 의지와 자유, 그리고 사회의 틀에서 잃어버린 자신들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요.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소리만 늘어놨네요.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생물선생 요네쿠라의 말을 읊어볼까요.

그러니까,

눈을 부르떠라.
귀를 기울여라.
감각을 갈고 닦아라.
그리고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마라.
경이로운 질주를 보여주기 위해 몸을 가뿐히 하라.
누군가가 멋대로 정한 편차치.
그들에게 이식된 열등감.
진부한 상식.
과거의 하찮은 영광.
흔해빠진 미래를 약속하는 보험.
모든 것을 내던져라.
리셋 버튼을 계속 눌러라.
몇 번이든 제로로 돌아가라.
요네쿠라가 입을 열었다.
언어가, 온 몸을 파고든다.
지금, 방아쇠가 당겨진다.
우리의 혁명이 시작된다.

"너희들, 세상을 바꿔 보고 싶지 않나?" (168, 169쪽)


  혁명을 일으킨다고 해도 반드시 세상이 바뀐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내 세대에서 뭔가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가능성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그건 삶의 의미를 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마음을 굳게 먹읍시다.

  (2011년 10월 11일 ~ 10월 12일,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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