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뜨인돌 |
037.
페이스북 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였죠. 한 회원분이 '책을 동시에 여러권 읽는다'고 하시면서 초병렬 독서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더군요. 저는 집중력이 그리 좋지 않아 책을 이것저것 갈아타면서 읽는다는 게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독서에 관한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의외로 이 독서법에 대한 말이 많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번 이 책, 펼쳐봤습니다.
초병렬 독서란 말그대로 병렬적인 독서입니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는 게 아니라, 전혀 상관 없는 책들을 예서제서 짬짬이 읽는 거지요. 정말 재미있는 책이 아니고서야 읽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지요. 그 짧은 집중력을 매번 다른 책에 쏟아붓는 거라는군요. 아무련 관련 없는 지식들이 조금씩 뒤섞이면서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한층 격이 높은 사유도 할 수 있다네요.
그러니까, 책 산 돈이 아까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텍스트를 씹어 먹을 정도로 열심인 저와는 정 반대인 독서법이지요. 바로 전에 읽는 박경철의 <자기혁명>에서도 독서법에 대해 잠깐 말했는데요, 눈에 띄는 게 바로 간독과 발췌독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슨 속독처럼 휙휙휙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속독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지요. 간독과 발췌독은 책을 장난으로 읽나 하며, 처음엔 정말 싫어했던 독서법이었는데 한번 실행하고 나니 꽤나 유용한 방법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 방법을 처음 실행했던 책이 아이러니하게도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였지만요.
문학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 실용서인 경우에야 정독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책이란 건 인정합니다. 예시는 거의 필요 없고 저자의 주장과 책의 큰 줄기만 파악하면 되지요. (물론 그 뒤엔 실행 단계가 필요할 겁니다) 읽을 책도 많은 요즘, 숙독과 발췌독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일에선 빨리빨리를 외치며 효율을 중시하는데 독서라고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잖아요?
다만, 이 방법은 비문학 책에나 써야 할 테고, 문학에 들어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지겠지요. 이건 제 의견일 뿐인데요, 문학에도 단어 단위로 봐야 할 책이 있고 문장, 문단 단위로 봐야 할 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제 경험이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네요.
이상은 책 읽기에 대한 제 생각이었고,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책을 평해보자면 사기에는 정말 아까운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정말 도움이 되지 않을 책 아니면 사지 않는다'고 했는데 적어도 이 말에는 전격적으로 위배되는 책이었죠. 우선 이 책의 주요 줄기는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고요, 책 앞 부분만 조금 봐도 초병렬 독서법이 왜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독서에 대한 저자의 잡담입니다. 독서에 관한 책에서 말한 대부분의 내용인데다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무언가'가 보이지도 않은 책이었습니다. (뭔가 보였던 책으로는 김열규의 <독서>가 있겠네요) 문학은 책 읽기에서 아예 배제하는 모습도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하여간 메시지는 단 몇 장인 이 책 자체엔 별 영양가가 없었습니다.
어찌됐든, 초병렬 독서와 간독, 발췌독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실행해보세요. 개인에 맞는 독서법이 분명 존재하지만 나와 다르고 이상해 보이는 방법이라고 무조건 밀어내는 건 새로운 가능성을 죽여버리는 일이잖아요?
'독서 이야기 > 독서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차 - 미야베 미유키 (0) | 2012.04.06 |
---|---|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 최인철 (0) | 2012.04.01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0) | 2012.03.31 |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박경철 (0) | 2012.03.31 |
종이 여자 - 기욤 뮈소 (0) | 2012.03.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