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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설날 맞이 본가 책장 정리

양손잡이™ 2017.02.02 13:30

설을 맞이해 일산 본가에 들렀다. 본가에 올 때 가끔 짐을 한가득 들고 온다. 회사 기숙사에서 다 읽은 책을 본가로 옮기기 위해서다.


다 읽은 책은 우선 다 가져온다. 원래 있던 책장이 부서지기 직전이라 작년에 새로 마련한 책장에 보관하거나 팔 책 구분없이 쌓아둔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휴가처럼 쉬는 날이 길 때 마음먹고 정리한다.


집에 물어보니 책장을 바꿀 때 막내동생이 나름의 규칙으로 책장을 정리했단다. 하지만 책은 어차피 다 내것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생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은 번호 순서대로, 나머지는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책을 나열해놓고 기계적으로 꼽으면 되니 편하고 책을 찾을 때도 쉬이 찾을 수 있어 좋지만 뭔가 철학이 없다. 개인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본가 책장은 도서관처럼 꾸미고자 했다. 십진분류법은 무리고 책을 큰 틀로 나눴다. 우선 맨 처음은 총류, 작은 책(시집, 살림 지식총서)을 놔두었다. 책 중간중간 작은 책이 있으면 들쭉날쭉한 높이 때문에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내 허세의 상징이자 정수, 세계문학전집이다. 기숙사에서 읽은 책만 가져왔기 때문에 양이 많지는 않았다. 산 책이 한참 남았는데, 아, 역시 허세에 사는 사람이란 걸 한번 더 느꼈다.


세계문학 뒤에는 바로 소설류를 뒀다. 한국, 일본, 해외소설로 구분했고, 기숙사와는 다르게 저자 이름 순으로 꽂아두었다. 저자 기준으로 정리하면 전작이나 이어 읽기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에세이, 산문집 등을 뒤이어 놓았다.


문학 다음에는 당연히 역사와 철학이 와야 하겠다. 인문학은 문사철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역시 잘난척 왕이다. 그런데 정리하고 보니 사, 철에 해당하는 책이 거의 없다. 관련한 책을 있는대로 끌어드려도 책장 한 칸을 채우지 못했다. 역시 가벼운 책을 읽어 재미만을 추구하는 인스턴트 독자...


인문 일반이 뒤를 이었고 정치, 경제, 사회는 한통속이니(?!) 한데 모아두었다. 나름 균형 맞춘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학책은 6권밖에 없다. 과학은 보통 잡지로 보기 때문에(뉴튼, 스켑틱) 수가 적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글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계발과 실용은 나에게 가장 후순위에 있기에 정리도 하지 않았다. 

책, 읽기, 쓰기에 관한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 위의 책꽂이에 따로 두었다. 책장 칸이 모자라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책과 읽기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평집은 계속 같이 가기로. 소설 쓰기 책은 우선 정리했으나 더이상 내 꿈이 아니므로 조만간 내칠 예정이다.


오늘 책을 정리하면서 30권 정도의 책을 내놓기로 하였가. 허세로라도 다신 안 읽을 책, 재미만 추구하는 책이다.


기숙사와 달리 책장에 꽂힌 책은 모두 읽은 책이다. 지금 책장에 꽃힌 책들은 언제든 펴서 읽어도 좋을 정도로 괜찮은 놈들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책도 많다. 책을 고르는 안목이 떨어지고 지식도 부족해 모아둔 책 질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잘 정리된 책장을 보니 흐뭇하다. 모자란 나이지만 이만큼 읽었구나. 다시 읽어도 괜찮은 책을 고를 정도로.


책장 정리 후에 짬내서 읽을 책을 몇 권 뽑았다. 정말 사랑하는 만화책 <표류교실>과, 저번주에 사려고 했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다. 쉬면서 읽겠다고 기숙사에서 가져온 책이 이미 네 권이나 있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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