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더 이상 사지 말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며칠 새에 책장에 새 식구가 늘었다. 연휴 때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들인데 어쩌다 보니 계획이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에도 ‘올해의 독서 목표’ 따위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올해는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유하는 독서. 물론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치울 게 분명하지만 우선 지켜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그리고, 올해 꼭 읽고 싶은 책을 나열하는 식으로 허세에 취해본다. 크아-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벼르고 벼르던 톨스토이의 장편 <안나 카레니나>. 작년 12월부터 읽겠다 읽겠다 했는데 다른 책(독서에 관한, 읽기 쉬운 책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갔다. 이번 연휴 때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긴 연휴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못 끝내는 바람에 여전히 후순위다. 본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자꾸 해설과 작가 연보, 톨스토이 전기만 읽으려고 한다. 큰 고비를 맞이해 점점 겁쟁이가 되어간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사실 재작년부터 ‘2015년에 읽겠습니다!’, ‘2016년에 읽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외쳤는데 몇십 장 읽다가 때려치웠다. <죄와 벌>까지는 꾸역꾸역 읽었는데(당연히 소화는 못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엄두가 안 난다. 두께만 해도 <죄와 벌>의 1.5배가 될뿐더러 등장인물 수를 대충 새봤는데, 오 마이 갓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니까, 마음먹은 김에 펴보기로 하자. 다 읽은 후에는 읽기에만 급급했던 <죄와 벌>을 다시 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게 신께 기도를...)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첫 1장을 펴고서 생각보다 지루해서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테리 이글턴의 책 중에 가장 쉬운 입문서 수준이라고 하길래 기대하고 펴봤더니만 내 지식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책이었다. 그런 책을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라딘에서 주문할 때 5만 원 이상 주문 시 증정하는 포인트를 받기 위해 그나마 그럴싸한 책을 고르다가 다시 손에 넣었다. 나의 모자람을 탓해야지 어쩌겠어. 소설을 읽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보고자 시도하는 방법이니 후회 없이 열심히 읽어야겠다.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역사에 관련된 두 책이다. <총, 균, 쇠>는 보급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는데 3장까지 읽다가 내가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접었다.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과 판형이 주는 시각적 지루함이 힘을 합쳐 나를 있는 힘껏 괴롭혔다.
<사피엔스>는 전자책으로 읽다가 도무지 작은 화면으로 읽기가 힘들어 종이책을 산 케이스다. 이 책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다.
두 권 모두 베스트셀러이지만 내용이 워낙 좋다는 평이 많아서 올해는 꼭 읽어내겠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한 친구는 말했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완벽한 책이라고. 자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쓰인 언어의 집합체는 보지 못했노라고. 니체의 ㄴ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책을 샀지만 무지한 나로서는 역시 무리였다. 니체를 읽기 위해서는 니체 이전의 철학사도 줄줄이 꿰뚫어야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철학을 훑었기에 니체의 말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뭔가 안다는 허영심, 자만심이 가져다준 참혹함이었다. 참, 많은 이들이 니체 입문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보라>,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입문작으로 꼽는데, 여기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 사실, 그전에 니체 전기부터 봐야 할 판이다.
자본론 공부 (김수행)
2015년이던가, 가진 책 중 무서워서 못 읽는 책으로 꼽았다. 지하철에서 자본론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한 노인분께 혼이 났다는 SNS 이웃의 증언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 어디 무서워서 자본론 책을 읽겠냐고! 하지만 역시는 역시,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더 세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어야겠다. 어라, 근데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네. 개정판으로 읽어야 하나. 허참.
페미니스트 4종 세트 :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2016년 사회학을 선도한 분야는 단연 여성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중 눈에 띄는 다섯 권의 책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이미 읽었다. 개론서, 입문서와 같은 책들인데, 감히 4종 세트라 일컫겠다. 책을 읽는다고 내가 완전히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더 열어주겠지. 유연한 사고를 위한 유연한 책이다. 더불어 깊게 들어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까지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코스모스(칼 세이건)
역시 몇 년 전부터 읽겠다고 되뇌던 책이다. 실은 고등학생 때부터 <시간의 역사>와 함께 읽겠다고 했지만 <시간의 역사>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선정해 같이 읽기(?)를 권했다. 전에는 양장본으로 보다가 하드커버와 반짝이는 종이가 너무 거슬려서 도중에 관둔 이력이 있다. 알라딘에서 뽐뿌를 받은 후 보급판으로 나온 반양장본을 받았으나 역시는 역시, <코스모스>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책이었다. 당시에 2장까지 읽고 덮었던 기억이. BBC 다큐멘터리를 보면 흥미로울까 했더니 영상을 보다가 깜빡깜빡 졸았다. 예전부터 과학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나 보다. 책장에 과학서적이 가장 적다. 여러 분야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 과학이 적당히 섞여 있어 내심 기쁘다. 균형 잡힌 독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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