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인 책벌레 남자와 한국인 욕쟁이(?) 여자가 만나 결혼을 했다?! 그와중에 남자는 엄청나게 덤벙거린다. 출근할 때 자기 물건을 놓고 가는 건 기본이요, 집 근처 마켓에 갔다가 떨어뜨린 물건도 수두룩. 그걸 여자가 하나하나 챙겨준다. 그러면서 짜증도 내고 화도 내지만, 결국 서로 사랑하는 부부. 서로의 더 알아가고 포용하는 모습들.
2. 하지만 이런 책벌레라면 하지 않을랜다. 그래, 독서 좋다 이거야. 지식을 얻고 싶어 하는 욕심도 좋아.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이렇게까지 동반자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라면, 글쎄요, 저는 차라리 책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물론 책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다소 과장된 묘사가 있을 거고, 어차피 부부 사이의 일이지만, 뭐 저는 그렇다고요.
3. 그래도 뭐, ‘에두아르를 지켜보며 ‘아는 게 많다고 해서 지혜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부터는 친구의 말대로 어리바리한 그를 막 대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 부인이자 저자인 이주영 작가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4. 재밌는 건, 저자도 엄청난 책벌레라는 거.
5.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여기서 끝. 독서와 책, 문화에 대해서 옮겨보자면
대가족인 시댁에는 크고 작은 파티가 잦다. 그리고 매번 파티가 있을 떄마다 친지들 아펭서 시를 낭독하거나 철학서의 한 구절을 낭독한 후 자신의 생각을 발표한다. 프랑스 대부분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시댁에만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시댁식구 모두에게 파티의 낭독과 연설’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보인다. 처음에 나는 이런 시댁 문화가 솔직히 불편했다. 위화감 때문이었다. 한국의 우리 집에서는 가족들이 모엿을 때 시를 낭독한 적이 한번도 없다. 내가 살아온 문화와 너무도 다른 문화 속에서 나는 과연 편안할 수 잇을까? 겁이 났다.
학창시절부터 주입식보다 토론식 교육을 받고 객관식보다 주관식 시험을 보는 교육 문화. 이렇게 자란 이들은 가족끼리 만난 자리에서도 토론을 즐기는 걸까. 서양 문화가 모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나 - 가끔 그들은 한국의 선진(?) 교육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도입하려고도 했다 - 이런 토론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꽤나 부럽다.
나만 해도 가족끼리 책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독서모임에서야 생판 모르는 남이니 철판을 깔고 대화한다지만, 어릴 때부터 봐오던 사람들과 책과 독서 이야기라니. 게다가 에두아르 가족처럼 시 낭독?! 꿈도 못 꾸지.
6.
에두아르의 지적 호기심이 부러운 이유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가져 멋져 보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알고 싶은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독서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에두아르는 나보다 더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에두아르의 일상은 참기 조금 힘들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은 존경한다. 나이를 먹으면 세상에 무감각해지고 둔감해진다는데, 반백살의 그는 여전히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세계를 깊게 바라보는 눈과 열린 마음. 그는 그 수단으로 책을 선택했겠지만, 이런 시선이라면 책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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