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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에 읽은 「유년기의 끝」(아서 C. 클라크)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SF 소설이다. 무려 군대에서 산 책이다. 한창 정신상태가 피폐했던 때 읽어서였을까, 프롤로그에서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연구소에서 연구원과 소장이 나누던 얘기가 얼마나 지루했던지, 만 원이나 주고 산 책을 책꽂이에 꽂아버렸다. 후임은 그렇게 재밌다고 했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해설을 살짝 보니 상당한 하드 SF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책을 덮었지. 사실 요새 읽을거리도 없고 옛 실패에 재도전 하기 위해 책을 폈다.
25일 자정이 조금 넘어 책을 편 뒤 두 시까지 대략 250쪽을 읽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말이다. 오랜만에 보는 소설이어서 그랬던건지 텍스트가 재밌어서 그랬던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달에서 우주복 안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를 연구해보니 5만년 전의 것이다. 우주복에 달린 각종 기기들은 이미 지구의 기술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우주 과학 센터에서 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풀고자 여러 방면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맡댄다.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우주선이 발견된다. 우주선 안에서는 현 인류나 달에서 온 시체(통칭 월인)와는 전혀 다른 생물체의 잔해가 발견된다. 이건 무려 2500만년 전의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이 발견을 계기로 다시 토론이 불거진다. 그리고 점점 발전해나가는 의제들과 열띤 토론.
SF하면 우주활극(스타워즈)이나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E.T) 그리고 생존을 위한 전투(에일리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액션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별의 계승자」는 그렇다할 액션이 없다. 사건은 월인과 가니메데인의 발견 밖에 없다. 인물들이 활동하는 무대도 지구의 연구타워로 한정된다. 도중 가니메데로 날아가지만 결국은 우주선과 그곳에 위치한 과학센터로 활동 무대가 한정된다. 액션도 없고, 무대도 좁은 이런 소설이 주욱- 읽히는 이유는? 뻔하다. 텍스트 자체가 주는 재미 때문이다. 논증과 반론, 다른 가설의 제안, 다시 논증과 반론의 반복. 지루한 서술의 연속일 거라 생각되지만 지적 공방이 흥미롭다. 보통 이런 류의 글은 텍스트간의 논리성이 떨어지면 집중도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딱히 받지 못했다.
전체적 논리는 아귀가 들어맞지만 소소한 부분이 눈에 거슬린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우선 하드 SF를 싫어하는 나로선 구구절절한 용어설명이 싫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 설명을 자세히 읽지 않고도 무리 없이 독서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최대장점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문장의 어색함이다. 몇 문장을 보면 주어가 없는 경우도 많고 의미가 단박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번역이 조금 문제라는 걸 느꼈다.
치열하고 화려한 지적유희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논리를 펼치며 새로운 장르의 SF를 보여준 「별의 목소리」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2011년 6월 25일 ~ 6월 26일, 312쪽)
제임스 P.호건 저, 이동진 역, 「별의 계승자」, 오멜라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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