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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간단한 메모 - 소년시대 1권 (로버트 매캐먼)

by 양손잡이™ 2011. 6. 26.

소년시대 1권 독서 후 간단한 메모.
그냥 미친 척 하고 짧게 덧붙여 써봤다.




  아마 할아버지는 미쳤는지도 모른다. 미쳤다는 말은,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의 마법을 간직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9쪽)

-> 이게 이 책의 다다. 끝. 모든 걸 담고 있는 문장. 순수함을 간직한 게 미친 게 되버리는 세상.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럼 처음엔 뭐가 되고 싶으셨어요?" (중략) "금성에 처음 발을 디디는 우주인, 로데오 선수, 빈 공간을 쓱 보면 거기다 짓고 싶은 집을 마음에 속속들이 그려낼 수 있는 사람, 아니면 탐정?" (중략) "그래, 그거 멋지겠구나.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는 거야. 정말로, 과녁을 아무리 정확하게 겨누더라도 바람이 불어 서 발향이 틀어져버리는 게지." (33-34쪽)

-> 맞다. 그래서 양궁이 어려운 거지. 꿈은 저랬지만 현실은 우유 배달부. 그렇다고 슬픈 것만은 아니다. 모두가 있으므로.



  스컬리 할아버지는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분인 듯했다. 몸은 늙었는데도 눈과 가슴만은 계속 젊게 남아 있는 사람, 만물의 거대한 질서를 꿰둟어보고, 생명은 뼈와 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물건들에도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137쪽)

-> 사실 이런 사람을 바로 미쳤다고 하는 거다. 자전거는 부서졌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있잖은가, 당신의 꿈을 담아 이름을 지어준 물건이.



  음, 거참.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이 세상엔 많지. 백번을 죽었다 깨나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 법이야." (179쪽)

-> 소년의 시각에서 어른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그렇지요. 원하는 건 다 자기 안에 이미 들어 있는 법이야. 그래서 열쇠만 주면 알아서 재깍 자물쇠를 열 수 있다오." (207쪽)

-> 수학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는 코리의 부탁에 귀부인은 마법의 10번약을 건낸다. 단순히 육두구를 갈아넣은 우유지만 마시는 이에겐 효과 만점. 사실 필요한 건 믿음이리라.



  벤이 환성을 질렀다. 어깨뼈에서 날개가 돋아나면서 셔츠를 찢고 펼쳐졌다. (224쪽)

-> 누구든 숨기고픈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은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 훨훨, 날아라.



  아흔두 살이나 되는 할아버지가 아홉 살 때 기억을 꺼내려면 마음속 상자를 꽤 많이 열어야 하겠지. 그래도 그 일은 특별히 기억할 만한 순간이었으리라. (243쪽)

-> 사람의 기억은 쌓이고 쌓여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단지 퇴색될뿐. 기억을 떠올리려 어깨에 힘 팍 주고 손은 양 미간에 댄다.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하고 인상을 팍 찌뿌린다. 아아, 이마저도 얼마나 아름아둔가.



  페달을 아무리 힘껏 밟아 뒤쫓더라도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이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332쪽)

-> 커간다는 건 무엇일까. 단지 세월을 차곡차곡 쌓는 건 아닐 게다. 열심히 달려가다가도 주위를 보고 남들과 달라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꿈의 부재. 나만의 것이 없는 상태. 조니가 브렌린 형제에게 두들겨 맞고나서.



  "아이들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그러다가 정말 어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해. 하지만 코리, 선생님이 비밀 하나 알려줄게. 듣고 싶니?" (361쪽)

-> 아아, 이만큼 사람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문장이 어딨단 말인가. 단순하고 직설적이지만, 그만큼 힘이 있는 문장. 패리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어른처럼 보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건 가면이야. 그냥 시간의 흙이 덧씌워진 것뿐이야. 그 사람들도 마음 깊은 데서는 아직 어린아이란다. 뛰고 구르고 놀고 싶어 하지만, 덮어쓴 흙이 너무 무거워서 그러지 못하는 거야." (362쪽)

-> 사장님 앞에선 충직한 사원의 얼굴로, 애인 앞에선 사랑스런 사람의 얼굴로, 부모님 앞에선 올바른 자식의 얼굴로. 하지만 이게 다 뭐단가. 남을 속임으로써 나조차 깜빡 속아버리는, 사회의 무수한 페르소나.



  우리는 가물거리는 모닥불 주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퍼와 제퍼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긴 정말 마법의 동네야. 응, 정말 그래. 그리고 거기서 태어난 우리도 모두 마법에 걸려 있는 거야. (386쪽)

-> 여자만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게 아니다. 모든 이는 사실 마법소년(소녀)였다!

(2011년 6월 24일 ~ 6월 25일, 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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