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강 |
글이 상당히 짧아질 것 같군요. 수업 중에는 이런 글이라도 쓰기 힘드네요. 딴짓하기도 힘든 겁니다.
연이어 읽은 단편소설입니다. 이야기가 긴 장편에 집중하는 것보다 짤막한 이야기를 읽는 게 훨씬 편하더군요. 게다가 재밌는 글이어서 더더욱 즐거웠습니다.
사실 이 작가, 로알드 달을 왜 이제야 알았나 싶더군요. 제가 미워질 정도로 말이죠! 가장 유명한 책으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있습니다. 조니 뎁이 출연한 영화에서는 반짝이고 뻔뻔할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를 느꼈는데 그당시에는 그런 분위기가 영 껄끄럽더라고요. 티비에서 나온 영화도 도중에 그만 보았습니다. <맛>을 읽고서야 아, 원래 이렇게 재밌는 작가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책은 원래 단편집으로 발간된 책은 아니고 로알드 달이 쓴 단편 중 완성도 높은 단편만을 모아놓은 책이랍니다. 어떤 기준에서 열 편의 단편을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잘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단편 모두가 재밌었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괴리감이나 사람의 욕심을 소재로 날카롭게 표현한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얼마 안 되는 독서경험 중 최고의 단편집으로 꼽겠습니다. 하긴 그런 요소가 소설과 산문의 차이겠지요. 허구와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좋은 소설과 별로인 소설을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겠고요. 그래서 재미면으로 최고의 단편집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재미뿐이겠습니까, 적절한 긴장감에서 오는 책 읽는 맛도 있습니다. 내기에서 셋, 넷, 다섯, 여섯, 일곱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나 떨리던지요. 읽어보시면 아실 겁니다.
자, 당신은 이 책을 폄과 동시에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와 내기를 시작한 겁니다. 한 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재미를 느꼈다면 당신의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글쎄요, 이 책을 다 읽고서 책장을 온전히 덮을 수 있을랑가 모르겠네요. 손가락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뭐, 사소한 내기일 뿐입니다.
(2011년 11월 14일,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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