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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K는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강아지가 적의를 보이며 K를 낯선 침입자 취급을 한 것처럼 낯익은 아내와 낯익은 딸, 낯익은 휴일 아침의 모든 풍경이 한 순간 갑자기 자기에게 반기를 들고 역모를 꾸미는 듯한 불길한 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화와 태평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일치단결해 K를 속이고 K의 허점을 노리고 있었다.
  자명종은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자명종이 아니다. 아내 역시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아내가 아니다. 딸아이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딸아이가 아니다. 강아지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강아지가 아니다. 스킨도, 휴대폰도 어디론가 발이 달린 것처럼 제 스스로 사라져버렸다. 이 돌연변이의 기이한 현상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 최인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눈을 떴습니다.
여느 때와 하나도 달라질 게 없는 아침입니다.
핸드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어 얼른 끕니다.
어릴 때부터 안 좋았던 눈으로 보는 천장은 희뿌연합니다.
밤새 덮고 잤던 이불의 안은 여전히 따듯합니다.
배개도 폭신폭신하고 바로 왼편에 어젯밤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끙차,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평소 입고 자던 잠옷은 온데간데 없고 알몸입니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의 아침인사도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생기를 띄고 있습니다.
씻고 오니 평소 사용하는 스킨도 이상한 제품으로 바뀌었고 말이지요.
옆을 지나쳐가는 사람들 모두 처음 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낯익은 얼굴입니다.
모든 게 새로워진 아침.
이걸 변화의 징조로 봐야할까 파멸의 징조로 봐야할까요.
일상의 친숙함을 깨고 변화를 시도하든가 좌절해서 자리에 주저앉아 울든가, 그건
당신의 맘대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10점
최인호 지음/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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