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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같은 해 봄이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걸어 소설가 김소진 선배가 암으로 죽었으니 문상가자고 말했다. '절대로 가면 안돼!'라는 문장이 온몸으로 육박해왔다. 왜 가면 안되는데?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그 느낌에 반항하듯 나는 장례식장을 찾아 책 날개에 실린 사진을 확대해놓은 영정에 두 번 절한 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간 앓았다. 소설이 뭔데? 청춘이 도대체 뭔데? 다 귀찮아졌다. 지긋지긋했다. 남은 평생 소설 따위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은 뒤, 문방구에서 이력서 용지를 사와서 여기저기 취직원서를 냈다. 그리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일산에서 장충동까지 매일 왕복 세 시간의, 여행에 가까운 출퇴근을 했다. 버스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보노라면 때로 김소진 선배의 영정이 떠올랐다. 겨울 버스,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입김이 어린 뿌연 유리창 위로 미끄러지는 한 줄기 물방울 흔적 사이로 청춘은 영영 빠져나갔다.

  ―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시간이 흐르는 때는,
청춘이 새어나가는 때는,
자칫 한 순간이고,
멋있을 것 같지만
참으로 밋밋하다.

 
청춘의 문장들 - 10점
김연수 지음/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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