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2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민음사 |
오랜만에 시립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간단히 두 권만 빌리려고 했는데 글쓰기 부분에서 재밌는 책을 발견하는 바람에 다섯 권을 빌렸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탈 버스가 없어서 그냥 걸었습니다. 머리가 심심해서 책을 들었습니다. 현대 미국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입니다.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도 환상적인 작품이긴 합니다만 민음사에서 발간한 <피츠제럴드 단편선 1>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평생 돈에 쪼들리며 살아온 피츠제럴드는 많은 잡지에 단편을 써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학적인 질이 좀 떨어진다는 평도 받지만 개중에는 주옥 같은 작품이 여럿 있다고 하지요.
단편선 1권에서 느낀 건 피츠제럴드의 날카로운 눈입니다. 무료하고 심심한 일상을 간단히 그리면서도 통찰력 있는 눈으로 예의주시 하고 있거든요. 일상의, 아주 조그맣게 생긴 생채기와 찰나의 삐그덕거림에서 삶 전체를 훑는 날카로움이란, 정말 소름끼칩니다. <위대한 개츠비>보다 <피츠제럴드 단편선 1>를 보고 그의 팬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 단편선 2편에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다른 내용입니다. 벤자민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큰 소재는 같지만 영화에서는 로맨스를 주로 다뤘지요. 큰 틀만 빼면 완전히 다른 내용입니다. 영화를 기대하시면 안 되요.
어쩌다보니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게 됐는데 둘 다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한 나흘 정도는 설레는 마음으로 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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