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소설 구성하기 -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1: 플롯과 구조 (제임스 스콧 벨)

by 양손잡이™ 2012. 1. 10.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1 : 플롯과 구조 - 7점
제임스 스콧 벨 지음, 김진아 옮김/다른


003.

  매번 소설 작법에 관련된 책만 읽고 쓰기 연습을 하지 않는 게으른 제가 올해도 작법책을 봅니다. 그것도 이렇게 일찍 볼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연초에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겼던 거지요. 하지만 좋았던 건 가능성의 제시였을 뿐. 책 자체는 그리 와닿지는 않았습니다만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조금 높아졌습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성공한 작가들도 모두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이 있지요. 작가마다 가장 다른 작법이라면 플롯을 꼽을 수 있겠네요. 김탁환처럼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완벽한 플롯을 구성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스티븐 킹처럼 플롯 따위 개나 주고 손이 가는대로 글을 쓰는 작가도 있지요. 누구 하나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니까요.

  저자는 대중소설이라면 플롯은 필요할 가능성이 많고, 문학소설의 경우에도 플롯을 어느 정도 상정해두고 집필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순수문학계도 장르적 요소를 많이 차용하는 걸 보니 플롯의 존재가 어느 정도는 먹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대중소설/문학소설로 분류할 게 아니라 외적소설/내적소설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외적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소설이 저자가 말한 대중소설이 되겠고 내적으로 인물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소설이 문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플롯은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정교한 틀이 짜여 있다면 작가는 글을 한결 쉽게 쓸 수 있겠지요. 물론 플롯이 없이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것이 의식의 흐름 기법입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그냥 아는대로 던지고 봅니다) 이 기법으로 글을 썼던 작가는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이 있겠군요. 플롯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들은 내면의 독백을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지요. 이렇게 하면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잠시 자신 안의 천재성과 마주하여 양질의 글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천재의 영역입니다. 짤막한 일기 한 토막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저에게 의식의 흐름 기법은 사치이지요. 백지 공포증을 벗어나기 위한 글쓰기 연습을 할 때 필요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소설쓰기에 있어서는 썩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쓰는 틈틈이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나 확인해야 하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플롯의 구성을 너무 공식화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롯과 구성에 대한 이론도 좋고 많은 예시도 좋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체계화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하여 이렇게 플롯을 만든다는 식의, 다소 작위적인 맛이 풍겼습니다. 물론 수많은 읽기 경험과 다른 작품의 분석과 이해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큰 아웃라인만 잡고 글을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이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팔기 위해' 책을 쓴다는 데 있어 조금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목적은 이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대중소설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대중에게 '먹히는' 요소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조금은 뻔하다 할 수 있는 클리셰들을 어떻게 조립하냐에 따라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바꿀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플롯을 구성하는 법은 고심할만한 숙제입니다.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모든 걸 걸면 안 되겠지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총 4권 출간되었는데요, 4권의 책 모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시리즈인 <플롯과 구조>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어떤 장르의 글에서든 필요한 요소(묘사, 인물, 시점)들이거든요.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10쪽 가량의 책 요약이 있으니 책을 통독한 후 부록만 따로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참고로 전 대출한 책이라 카메라로 부록만 찍어놨습니다. 나중에 시리즈 전권을 사려고 합니다.

  (2012년 1월 6일 ~ 1월 9일, 399쪽)

반응형

댓글